하상주 < 대우증권 전문위원 > 회사가 장사를 해 이익을 냈는데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는 이상한 경우가 가끔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손익계산서에 나오는 매출액이나 이익보다 현금흐름표에 나오는 현금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금흐름표란 일년 동안 기업에 일어난 모든 거래를 현금 기준으로 새로 만든 것이다. 예컨데 1백20원의 매출을 올렸어도 이중에 20원이 외상이라면 실제로 들어온 현금은 1백원이다. 이 경우 손익계산서에서는 1백20원을 매출로 잡지만 현금흐름표에서는 실제 들어온 현금 1백원만 기록한다. 마찬가지로 원재료 80원을 사도 20원이 외상이라면 손익계산서에서는 80원을 비용으로 기록하지만 현금흐름표에서는 현금이 60원만 나간 것으로 적는다. 손익계산서만 보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현금흐름표를 보면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에서는 회사에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등 3가지로 나눈다. 재무활동은 회사가 밖에서 돈을 빌려오거나 빌려온 돈을 갚는 거래다. 지난번의 예에서 회사는 차입금 1백원,자본금 1백원 등 합계 2백원의 현금으로 출발했다. 만약 그 뒤에 차입금 1백원 중 50원을 갚았다면 재무활동에서는 들어온 현금 2백원,나간 현금 50원이 되어 잔액으로는 1백50원의 현금이 회사로 들어온 것이 된다. 투자활동은 설비를 사거나 관계회사 투자 등에 들어간 거래를 기록한 것이다. 보유중인 자산을 판 것도 투자활동에 속한다. 지난번 예를 보면 현금 1백원을 들여 장비를 샀으므로 현금흐름표에서는 1백원이 회사 밖으로 나갔다. 제일 복잡한 것이 영업활동에서 일어난 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이란 원재료를 사오고 제품을 파는 회사의 주요 활동을 말한다. 지난번 예를 보면 물건을 팔아 1백20원의 현금이 들어왔고 이를 팔기위해 비용으로 나간 현금은 1백원이다. 손익계산서에 잡힌 총비용은 1백10원이지만 이중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10원은 실제로 현금이 나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영업활동에서 회사에 남은 현금은 들어온 현금 1백20원에서 나간 현금 1백원을 뺀 20원이 된다. 손익계산서상으로는 10원의 이익을 냈으나 현금흐름표상에서는 영업활동에서 20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재무활동에서 현금 2백원이 들어왔고 이중 투자활동으로 1백원을 사용했으며 영업활동에서 20원이 남아(200-100+20) 결국 현금이 1백20원이 남았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영업활동에서 나간 현금보다 들어온 현금이 더 많아야 한다. 그러면 이 돈에서 얼마를 빼내서 투자를 하고 남는 돈은 빚을 갚거나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사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갖고 있게 된다. 만약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그 동안 벌어서 모아 두었던 현금을 헐어 투자를 한다. 그래도 현금이 부족하면 재무활동을 통해 외부에서 현금을 조달해야한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전에 한국의 회사들은 대부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회사 밖으로 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 손해를 보고 팔았거나,외상으로 팔았거나,재고를 잔뜩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돈을 빌려서 경쟁적으로 대형 투자를 했다. 빚은 자꾸만 늘어났고 금리가 올라가자 결국은 갚을 현금이 없어 부도를 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회사가 외상매출이나 재고,대형투자 등을 줄이고 있어 옛날과 달리 빚이 많이 줄었고 대신 현금 사정도 좋아졌다. 이제는 어지간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몇 년 전처럼 줄지어 부도가 나는 위험한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sazuha@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