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학사 회사원'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씨(시마즈제작소 주임·43)가 졸업한 도호쿠(東北)대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호쿠대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대덕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동북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오니시 히토시 도호쿠대 총장보(국제관계학)를 만나 도호쿠대의 이공계 중시 교육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해외에서 과학지식을 수입하는 중개상 역할에서 벗어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혁신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오니시 총장보는 "연구 우선(Research First)원칙이 도호쿠대의 설립이념"이라며 "일본 한국 등이 과학기술의 선두권에 진입할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호쿠대가 연구중심을 지향하게 된 배경은. "관료양성을 위해 설립된 일본 최초의 국립대인 도쿄대는 연구와 함께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도호쿠대는 같은 국립대임에도 교육이라는 의무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에따라 학교의 역량을 교육보다는 연구에 집중했다. 설립초기부터 대학원 중심의 연구기관을 지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연구우선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대학들은 메이지시대 초기부터 유럽과 북미에서 개발된 과학지식을 수입했다. 일종의 지식 중개상이었던 셈이다. 당시만 해도 여러 연구분야에서 따라잡아야 할 선두주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추월할만한 대상이 없다. 앞으로는 지식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대신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고 혁신해 스스로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구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것도 연구를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내 다른 연구중심대학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실용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교토대학도 연구를 중시한다. 하지만 교토대는 주로 기초연구에 집중하는 반면 도호쿠대는 기초과학에서 습득한 지식과 정보의 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초과학지식의 응용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연구활동 과정에서 산업계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니체·NICHe)는 일본산학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니체는 대학이 갖고 있는 훌륭한 기술을 발굴해 산업화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한국과 중국은 기술의 응용에 뛰어나다. 하지만 기초과학에서는 아직 약하다. 중국대학들은 한때 기초과학에 강했지만 지금은 응용과학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하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어려운 과학기술을 전공하려는 동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도호쿠지역은 일본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직 이공계를 선호하고 있다." 글=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도호쿠대학은… 일본 세번째 국립대인 도호쿠제대(東北帝大)로 1907년 센다이에 설립됐다. 농학 이과학 등 2개 학부로 출발해 현재는 10개 학부,14개 대학원,7개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교토대 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공학분야 3대 명문으로 꼽힌다. 지난 2000년에는 아시아위크지가 실시한 1백49개 아시아 종합대학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좋은 연구가 있는 곳에 좋은 교육이 있다'는 이념에 따라 연구중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