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지난 73년의 오일쇼크때와 같은 공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증시를 1차 오일쇼크 당시의 증시폭락 사태에 비유했다. 유가급등, 선진국 주요 은행들의 부실, 중남미 경제위기, 기업실적부진으로 인한 세계증시 침체가 30년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및 유럽 증시가 10일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낙폭과대에 따른 일시 반등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 73-74년 증시공황 재현 지난 1년새 나스닥주가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35%이상 급락하고 일본 닛케이주가의 낙폭도 엇비슷하다. 이런 세계증시 폭락사태는 다우지수가 73년 1월부터 74년12월까지 45% 떨어졌던 때와 유사하다는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현재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은 2000년 3월의 고점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상장주식 전체를 포괄하는 윌셔5000종합지수는 9일 7,342.84로 마감, 2000년3월의 사상최고치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지난 30개월동안 8조5천억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일본 GDP의 두배규모다. 미국투자자들은 GE GM 머크 JP모건 포드자동차 등 업종과 우량·비우량을 구분않고 주식을 내던지면서 첨단기술주에 이어 은행주 자동차주 등 전업종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뉴욕증시의 투매사태는 아시아로 이어졌다. 도쿄증시에서는 10일 후지쓰 주가가 22년만의 최저로 떨어진 것을 비롯 히타치 NEC 소니 등 대형 기술주도 일제히 급락했다. 증시 침체로 경기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경기영향을 받기 쉬운 유력 전자·전기메이커의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매도세를 부추겼다. ◆ 보이지 않는 바닥 CNN방송과 블룸버그 등 미 주요언론들은 "투자자들이 두 손을 들었다"는 말로 증시상태를 표현했다.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도 12개월후의 S&P500지수 예상치를 당초의 1,300에서 1,150으로 낮추는 등 월가에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무엇보다 미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탓이다. 3개월전만 해도 3분기 미 기업순익이 전분기 대비 평균 17%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이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는 5.5%로 하향조정 됐다. 증시분석가들은 미국-이라크전쟁설과 기업실적 부진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한 본격 주가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는 침체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 바닥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뉴욕증시에서 하락종목대 상승종목 비율이 6대1로 4년만에 최악이었다는 점이 바닥론의 근거다. 전통적으로 이 비율이 6대1을 넘으면 증시가 기술적으로 바닥권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해석되곤 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