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국민은행 주식을 쏟아붓다시피 팔아치웠다. 이날 국민은행은 순매도 1위였다. 이 때문에 주가는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재상장했을 때 가격(4만원)이하로 추락했다. 매도의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가계부채 문제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중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 둘째는 중남미 리스크에 따른 미국은행 주가의 급락이다. 특히 브라질 선거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은행주는 지난주 폭락했다. 브라질에 좌파정권이 들어설 경우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브라질에 채권이 많은 씨티은행 등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서영수 연구위원은 "국민은행의 펀더멘털보다는 가계부채나 중남미 리스크 등의 심리적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하락할 순 있지만 재상장가격 이하로 추락한 것은 분명 과매도 국면"이라고 말했다. 주가 30만원대가 또 깨졌다. 추가로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차트상으로 볼때 30만원이 붕괴되면 24만원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추락은 세계증시 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미국시장이 추락하면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대표주로서 그 유탄을 맞고 있다. 올해초 60%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50%대로 낮아진 게 이를 반증한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가장 큰 악재인 셈이다. 물론 PC시장 등 IT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D램 가격이 연초보다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것도 주가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핸드폰 디지털가전 등 사업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은 세계시장의 동반침체에 따른 역풍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동원증권 김성인 책임연구원)는 견해도 나온다. 소비위축으로 당분간 주가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개인에 대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 등이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도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어 시장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다. 교보증권 박종렬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소비건전화를 위한 정부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등 소비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세와 주가하락에다 대출한도 감소 등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의 신용 리스크 문제가 경제정책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소득에서부터 양극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수입품 등 고가품만이 아닌 생활필수품에서도 소비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소매유통업종의 주가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지탱하던 신세계 주가는 이날 5%이상 급락하며 1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