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7일 오전 예정된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부측 시정연설에 대해 국무총리 대독을 이유로 한때 본회의 사회 거부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 시작전에 각당 총무를 불러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아닌 김석수(金碩洙) 총리가 대독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유로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물론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가"현 시점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해 일단 시정연설은 청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박 의장이 시정연설 총리 대독에 대해 전례없는 강경대응을 선택한 것은그가 금년 7월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일성으로 `3권분립 확립'천명한데 따른 적극적 의사표명이라는 것이 의장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지난달초 박 의장은 정부가 체출한 2001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서 등 8건의공문서에 대해 "국무총리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반송하는 등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국회의 위상회복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장이 취임사에서는 물론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음에도 현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조차 정부측의 사전설명이나 양해없이 총리가 대독키로 한데 대해 매우 불쾌하게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의장은 본회의에서 김석수(金碩洙) 총리의 시정연설 대독을 허용하기에앞서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3개월간에 거쳐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시정연설을 해줄 것을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했으나 관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오늘아침에서야 연락했다"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거듭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대신 총리가 시정연설을 한 것은 보존가치가 없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관례로 정부가 예산안을 내면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인국회에 나와서 연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권리위에 잠자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느냐"며 "앞으로는 이런 관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전 대통령도 2-4번 국회에 와서 연설했는데 김대통령은 16대 국회 개원축하 인사외에는 한번도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장은 이날 오전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순용(趙淳容)정무수석이 시정연설 문제로 방문의사를 타진해 왔음에도 거부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박 의장은 이날 오전 의장실을 찾은 김석수 총리에게도 "총리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국회를 이렇게 모욕하는데 대해 참을 수가 없다"며 "코펜하겐까지 가서 연설을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국회에서 연설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최구식(崔球植) 의장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나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국회에 나오시는 게좋겠다는 뜻을 말씀드렸는데 잘 안된 것 같다"며 "이번만 내가 좀 하고 다른 기회에대통령을 한번 국회로 모시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