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제2차 '빅뱅'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나.서울은행간 통합추진기획단이 이달초 발족하면서 두 은행간 짝짓기가 초읽기에 들어간데 이어 최근 주택은행과의 전산통합을 완료한 국민은행이 은행 추가인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1백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국민은행과의 '2강' 구도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추가합병을 모색중이다. 이밖에 은행이 주축이 된 금융지주회사 설립, 보험회사와의 방카슈랑스 제휴 등도 은행권 지도를 크게 바꿔 놓을 전망이다. 은행끼리 '합쳐 합쳐'='덩치키우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 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합병, 공격적인 기업여신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 8월말 현재 총자산 2백조원을 돌파했다. 김정태 행장은 "자은행을 소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소규모 은행의 추가인수 가능성도 내비쳤다. 리딩 뱅크의 면모를 확고히 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의 제일은행 지분인수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도 서울은행 인수 이후 다른 은행과 합병협상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어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하나은행의 행보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업계 3위자리를 내주게 된 신한은행은 한미은행과 진행해온 합병협상이 지지부진해 내심 초조해 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조흥은행도 은행권 지도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조흥은행 지분 80.1%를 소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20%의 지분을 연내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간 은행권의 합종연횡 바람이 지속되면서 수년 후에는 시중은행이 4~5개로 압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은행은 지주회사 산하로 =은행들의 잇따른 금융지주회사 설립도 은행권 지도를 크게 바꿔가고 있다. 은행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현행 법상 지주회사 방식만이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금융그룹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설립이 지름길인 것이다. 첫 테이프는 신한은행이 끊었다. 작년 9월 출범한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증권 투신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금융도 지난 4월 9개 자회사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조흥은행은 지난 3월 금융지주회사 설립추진사무국을 발족했다. 은행 투신 신용카드(설립예정) 등을 자회사로 둔다는 계획이다. 당초 내년 1월 출범이 목표였으나 1~2개월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국민 하나 외환은행 등도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은행.보험회사간 짝짓기 한창 =내년 8월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업)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은 유수 보험회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대응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보험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드는게 첫번째 대응방식이고 보험회사 상품을 대행 판매하는게 두 번째다. 신한은행은 지주회사의 주요주주(4%)인 BNP파리바와 공동으로 지난 1일 SH&C생명이라는 보험 자회사를 설립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주주(18%)인 알리안츠의 프랑스생명과 '알리안츠하나생명보험'을 설립키로 했다. 하지만 한국종금의 부실책임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보험회사 설립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국내외 보험회사와 합작투자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며 국민은행은 주요주주(4%)인 ING와 방카슈랑스 제휴를 검토중이다. 조흥은행은 메트라이프 교보생명 등과 접촉, 방카슈랑스 시장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