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담담한 모습이다. 미국시장과 달리 일간 급등락을 자제하며 상승과 하락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주체의 관망이 지배하면서 호재나 악재에 반응하기 보다는 제반 여건을 따지는 차분한 대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경제의 이중침체, 기업실적 악화, 이라크 전쟁위기 등의 영향력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는 반발심리가 시장 붕괴를 방어하는 모습이다. 경기에 대한 낙관이나, 증시의 급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주가가 조정으로 제반 악재를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할 때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체 사전실적 전망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국내외 기업의 실적 발표와 전망도 일방적인 악재 양상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조성되고 있다. ◆ 630~640선 지지 신뢰감 점검 = 종합지수가 최근 637선으로 연중최저점을 낮춘 후 반등하며 지지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대는 지난 4월까지 상승폭의 2/3조정권인 데다 상승파동 이전의 박스권 상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부여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추가하락하더라도 600선을 강하게 깰 만한 정도는 아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격도, 투자심리 등 단기기술적 지표가 과매도 국면을 가리키고 있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도 바닥권. 또 D램 현물가가 급락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대형통신주가 강하게 반등하는 등 가격메리트 인식 여지도 호전되고 있다. 수출은 연말까지 전년대비 두자리수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되는 등 아직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시장이 기업체 생산위축, 고용불안, 소비감소 등으로 추가적인 충격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도 아직 지지선 구축은 이르다는 시각이 강하다. 수급상 최근 미국 증시의 자금유출 완화로 외국인 매물이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기관이 극도로 제안된 매수여력속에 물량 줄이기에 치우치며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가운데 외국인 선물 매매와 프로그램 매매에 좌우되고 있어 시장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 ◆ 적절한 현금비중 필요 = 시장관계자들은 현 지수대에서 큰 변동성보다는 횡보 가능성을 예상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기술적인 반등과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향후 적절한 시장대응을 위해 반등을 이용해 일정정도 현금비중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시장의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재료상 미국 악재는 상당부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금리인하 등 계기가 없으면 기간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반등 하더라도 700~750선 부근에 최근 6개월간 물량의 40%가 몰려있어 이 지수대를 뚫기는 힘들다”며 “아래로는 많이 보더라도 610선 부근은 지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630선 정도에서는 지지력 시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하락을 감안할 때 오는 15일부터 예정된 국내기업의 실적발표는 악재보다는 긍정적 기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미국시장이 전저점을 시험하는 등 분위기가 안좋아 국내시장의 차별성을 자신하기 힘들다”며 “중기적 차원에서 하락폭이 커질 때마다 낙폭과대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주도적 매도세력이 없는 가운데 640선 하방경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충격이 오면 갭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다음주 초반까지 버티면 단기바닥 확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 이종우 전략실장은 “640선은 최근 제일 처음 만나는 의미있는 지지선으로 보인다”며 “검증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지지선 확보시에는 700선까지는 반등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기관의 순매도 규모가 늘고 있어 부정적 매매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악재가 다 반영된 상황으로 보기도 힘들며 640선 지지가 붕괴될 경우를 전제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