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이다. 지난 달 태풍이 몰아쳐 피해가 심했어도,거두는 사람은 황금들판을 기대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 증시 중 가장 잘 나가던 우리 증시가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속락하고 있다. 1백일 장마 중에도 해뜬 날이 있듯 가끔 오르긴 하지만 이어지지 않아 투자자들은 속이 탄다. 상장기업의 예상수익이 발표되고,정부도 각종 부양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어서 오를 때도 됐는 데 투자자들은 의아해 한다. 주가대책은 원래 정부의 몫이 아니다. 그동안의 부양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실증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정부 당국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단기적인 부양책 보다 장기수요개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증권시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더구나 최근의 증시 동향은 국내 보다 해외요인이 더 크다. 미국의 주가는 9·11 사태 때 보다 더 하락하여 3분기 실적은 50년 만에 최악이다. 유럽시장 대부분도 1960년대 이래 최악으로 하락했고,일본은 최고액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 몇몇이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자국의 실적악화를 만회하려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도로 폭락상태다.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경제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많다. 대체로 미국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낙관적인데 반해 유럽측의 예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낮은 저축률 과잉부채 막대한 경상수지적자 때문에 고통이 지속될 것이며,일부에서는 공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린스펀의 금리정책이 주효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조정과정을 저해시킨 느낌이 있다. 현재 미국의 순저축수준은 마이너스로 이것이 회복될 경우 성장둔화 내지는 재침체가 따를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년 성장률 3%와 실업률 5.7%에 물가도 안정되어 추가하락은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예측은 일기예보가 아니다. 돌발적인 상황이 없는 한 비교적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 속에서도 누구나 걱정하는 것은 이라크와의 전쟁이다. 과거 걸프전 때 전쟁 전 17%의 주가하락이 전쟁이 끝난 후에는 24% 상승했듯 이에 대해서 낙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보듯이 결과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여전히 불안하다. 뿐만 아니라 장기전으로 갈 경우 유가상승과 함께 세계경제 불안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만약 전쟁을 치르지 않을 경우 세계증시는 폭등할 것이다. 이라크전쟁은 부시의 판단에 달려 있으므로 현재 주가대책은 이들이 키를 잡고 있는 셈이다. 날이 밝기 전 가장 어둡듯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인 지,아직 오를 수 있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주식투자 매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외경제여건 변화에 유의하면서 배당수익률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능가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손절매 보다는 수익실적이 좋은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위기에 대비한 방어투자를 하여 손실을 최소화하고,손실발생을 장기적으로 이연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일부 부동산의 급등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손실을 낮출 때다. 상장회사는 이번 기회에 주가를 차별화시켜야 한다. 우량기업은 수익률 만큼 배당률을 높여야 한다. 많은 상장기업이 부채비율을 안정시켰으므로 이제 주가를 높여 주주에게 보답할 차례다. 은행의 저금리에 식상한 투자자들을 증시로 불러 모을 때다. 주가가 높아지면 유상증자에서 유리해지고 재무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정부는 과거와 같이 상장회사의 배당률에 대해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액면배당에 집착하기보다 시가배당으로 전환해서 주가가 비싼 기업이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장기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다. 다행히 배당기가 가까워 오고 있다. 수해와 태풍에 대비한 농가는 흉년 속에서도 풍년을 구가한다. 겨울을 맞이하는 투자자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