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서 미국 모토로라와 독일 지멘스가 통합을 추진하고 D램분야에선 일본 엘피다 미쓰비시와 대만 파워칩의 동맹에 미국 인텔의 참여설까지 나도는 등 세계 IT업계의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 자체로서도 그렇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에 대한 견제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사실 그런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휴대폰의 경우 삼성전자가 상반기중 지멘스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한데 이어 2위 모토로라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D램 분야의 동맹도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과 무관한 것 같지가 않다. 여기에다 TFT-LCD 분야에서 일본기업의 특허공세라든지,브라운관 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의 통합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이 긴장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재편구도를 특정영역별로 구분해서 꼭 그런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말 일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정보기술 분야를 보면 과거에는 구분됐던 영역들이 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홀로 생존한다는 것이 어차피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국내기업들도 이젠 글로벌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시점에 왔다는 얘기다. 또 간과해선 안될 것은 현재 우리가 앞서가는 주력분야라고 하지만 언젠가 후발자의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본에서의 D램통합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시스템LSI 플래시메모리 등의 사업통합 합의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앞으로의 경쟁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국내 기업들로선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략을 다시 점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 역시 글로벌 차원의 경쟁과 협력이 숨가쁘게 전개되는 이런 추세에서 국내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