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10월 3일에 역사적인 동서독 통일이 이뤄진 지 12주년을 맞아 3일 베를린 등 독일 전국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성대히 개최됐다. 이날 저녁 베를린에서는 지난 9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앙 정부 차원의 통일 기념행사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관문(關門) 광장에서 약 50만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100만 명의 시민들이 도심 곳곳에서 통일 12주년을 축하해 지난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의통일 당시의 열정적인 환호 분위기를 오랜 만에 재현했다. 브란덴부르크 관문은 18세기 독일 통일을 이룩한 프러시아 수도 베를린의 4대관문 중 유일하게 남은 것으로 나폴레옹 당시 프랑스가 관문의 일부를 떼어갔다 되돌려 준 적이 있다. 히틀러의 나치군과 2차대전에 승전한 연합군이 모두 이 관문 앞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베를린 장벽 바로 너머 동쪽 지역에 있던 관문은장벽 붕괴 뒤엔 동서독 시민들이 오가며 통일의 기쁨을 나누는 상징이 됐다.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은 이날 행사 초청 연설에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브란덴부르크 관문이 오늘날 진정한 통일의 상징이 됐다"면서 "이 문은 앞으로도 영원히 통일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며 통독 12주년을 축하했다. 이어 지난 22개월동안 보수작업이 진행되어온 관문의 휘장이 걷히면서 레이저 빔이 쏟아지자 행사는절정에 달했다. 이에 앞서 베를린 콘서트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지난 8월 홍수 피해자를 돕기 위한 동서독 지역 시민들 간의 위대한 연대는 독일이`하나의 민족'임을 보여준다면서 이런 경험이 공동의 역사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대통령은 이어 옛 동서독 지역의 주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더 많은 공동의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젊은이들의 `공통 체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동서독지역 학교 간 자매결연 확대 등을 촉구했다. 한편 통일 당시의 총리이자 최근 20여년 간의 하원의원 생활 마저 청산한 헬무트 콜 전(前) 총리는 이날 동독지역인 작센주 주의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독일의내적(內的) 통일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콜 전 총리는 "무엇보다 나는당시 40년 이상의 분단이, 우리가 서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얼마나 깊은 흔적을남겼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작센주 의회 기념행사는 콜 전총리가 사민당 소속 볼프강 티어제 하원의장을 나치 선전상 헤르만 괴링에 비유했던일을 들어 사민당과 민사당 의원들이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열렸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