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거래 첫날부터 주가가 떨어져 주간사 증권사의 시장조성이 속출하자 코스닥 등록심사를 통과하고도 공모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무기력한 하락장세가 이어지자 주가 급락을 우려하는 기업과 시장조성 위험을 피하려는 증권사가 함께 코스닥 등록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성이란 등록 이후 1개월간 주가가 공모가의 80∼90% 이하로 떨어지면 주간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거래 첫날 하한가 속출=신규 등록종목인 새로닉스 주가는 첫거래일인 지난 1일 하한가(10% 하락)로 곤두박질친 데 이어 2일에도 9.6% 급락했다. 이틀만에 공모가 대비 18.6%나 떨어진 것이다. 같은 날 등록된 디브이에스코리아도 첫날 9.6% 하락,다음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공모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지난달 등록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거래가 시작된 샤인시스템의 경우 첫날와 다음날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주가가 공모가의 80%선에서 주간사의 시장조성이 계속 진행 중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첫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첫거래일엔 보통 50∼1백%의 상승률을 나타냈었다. 이같은 약세 여파로 올 하반기 들어 코스닥 시장에 새로 등록된 32개사 중 65%인 21개사가 시장조성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32개 기업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무려 28개에 달한다"며 "그나마 부분적으로 살아있던 신규 등록주에 대한 초기 수요기반마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모 일정을 못잡는다=거래 첫날부터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장조성에 들어가는 기업이 급증하자 공모일정을 늦추는 코스닥 심사통과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심사를 통과한 기업 중 일부는 코스닥 등록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기 위해 등록연장(6개월)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6월 이후 심사를 통과하고도 공모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바른전자 나래시스템 등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8월 초 이후 2개월 동안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심사통과기업은 10개로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증시 하락세가 장기화되자 기업과 증권사가 주가하락과 시장조성을 우려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시장조성을 피하기 위해 공모가를 크게 낮추려는 증권사와 일정 규모의 공모자금을 확보하려는 발행사 간에 의견 대립도 공모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우리증권 조장식 이사는 "현재 증시 움직임을 감안할 때 불가피하게 올해 기업공개를 해야 하는 기업을 빼고는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 4·4분기 공모 투자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