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반기고 있다.


증시의 장기투자 기반이 확충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만성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냄비 현상'도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든든한 기관투자가가 부족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미국 등 선진국 증시의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낮을수록 주가 변동성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확대되면 될수록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 '천수답 증시'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올들어 9월말까지 5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의 증시에 비해 견조하게 버틸 수 있는 것도 3조원 가량에 이르는 연기금의 주식매수 덕분이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증시에서 투신사 은행 보험사 등이 기관투자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위기 이후 은행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에 대한 위험관리 차원에서 주식비중을 잇따라 축소했다.


기관투자가로서의 위상도 그만큼 떨어졌다.


투신사들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펀드투자자금 등 안정적인 자금조달 채널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즉 주가가 하락하거나 바닥권에서는 투신의 주식형 펀드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환매(자금인출)가 일어나곤 한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다음에야 투신권에 자금이 한꺼번에 유입된다.


투신권이 바닥에서 주식을 팔고 상투권에서 주식을 앞다퉈 사들이는 매매패턴을 되풀이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하지만 연기금 자금은 성격 자체가 투신권과 다르다.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자금이어서 투신사처럼 단기적인 시황에 따라 주식을 사거나 팔 이유가 별로 없다.


그만큼 증시의 안정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금인 셈이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허약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현실을 감안할 때 10∼20년의 장기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가뭄에 단비'이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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