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신의주특구 행정장관.그는 언제나 반 팔 티셔츠에 구김 많은 작업복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나타난다. 그는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한번 회견에 두툼한 취재수첩 절반이 필요하다. '말이 앞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가 호언장담했던 '신의주 무비자 입국'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달라 취재진을 헷갈리게 했다. 왜 그랬을까. 일각에서는 그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부동산개발업자인 그가 중국 내 사업위기를 신의주 개발로 반전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사기극'이란 말까지 흘러 나온다. 수차례 그를 만났던 기자의 시각은 좀 다르다. 그의 '말 바꾸기'는 현실인식의 결여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앞뒤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이 어우러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그는 신의주 무비자 입국이 무산된 이튿날 기자를 만나 "일이 이렇게 복잡한지 몰랐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북한에 가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행정장관 임명으로 신의주의 모든 권한이 나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장관이 외국 기자들을 보내겠다는데 감히 누가 말리겠느냐'란 다소 순진한 발상이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신의주특구 건설을 부동산 개발쯤으로 간주하는 현실인식의 한계를 노출했다. 국제 자금을 끌어다 기초시설을 갖추어 놓으면 투자가들이 신의주로 달려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남쪽에 홍콩이 있다면 북쪽에는 신의주가 있다'라는 그의 말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홍콩과 신의주는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신의주가 홍콩처럼 국제 투자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특구는 부동산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 엄청난 사업이 처음부터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는 7일 서울에 온다. 양 장관이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