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장이 집을 처분해 직원 월급을 줄 정도로 적자에 시달리던 온라인게임 회사였다. 하지만 올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 4월 온라인게임 배급사업을 시작한 후 92억원(9월말현재)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알짜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그동안 제때 월급이 나올까를 걱정하던 직원들은 이제 연말결산후 돌아올 10억원대의 성과금에 부풀어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등 잘나가는 업체들을 보면 온라인게임 사업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총아로 각광받을만 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는 모두 7백50개. 이 가운데 이익을 내는 회사는 20개가 넘지 않는다. 탄탄한 회사가 전체의 3%도 채 안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게임 유료화에 성공한 게임업체는 5개사 정도에 불과하다. ◆대박게임,영화보다 어렵다=온라인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영화보다 낮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온라인게임 가운데 유료화 성공확률은 5%에도 못 미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7백50개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출시한 온라인게임 수는 무려 6백50편. 이 가운데 히트친 게임은 '리니지'(엔씨소프트) '바람의 나라'(넥슨) '뮤'(웹젠) 등 10여개 정도다. 극소수 개발사의 화려한 성공 뒤에 수백개의 실패작들이 가려져 있는 셈이다. ◆왜 실패하나=온라인게임의 실패확률이 높은 데는 개발사들의 안이한 기획과 투자자들의 전문성 부재가 상호 작용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기획보다는 유행을 좇아 제작되는 일이 관행화돼 있어 게임이 당초 예정대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관행은 자금이 풍부한 회사나 영세한 회사 모두 마찬가지다. 태울은 무려 36억원을 투입,'신영웅문'을 개발하고 탤런트 이나영을 광고모델로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으나 잦은 게임내용 변경과 게임 내 버그 등의 이유로 결국 실패했다. 게임시장을 아는 전문투자자가 없어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게임개발사 사장은 "최근 게임 기획서를 들고 전문 창투사와 엔젤들을 찾아 다녔다가 퇴짜만 맞았다"며 "개발능력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생각은 않고 무조건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얘기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연구원은 "온라인게임은 흥행사업으로 기본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큰 데다 게임시장을 아는 투자전문가도 없어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온라인게임에 집착하는 이유=온라인게임은 '전부 아니면 전무'성격을 갖고 있다. 일단 상용화에 성공하면 영화사업을 능가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넷마블 웹젠 그라비티 등 신생 게임회사들은 올들어 게임 유료화에 성공,월평균 2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외상 매출이 많아 실속이 없는 PC·아케이드게임과 달리 현금거래인데다 수익률이 평균 50%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웹젠은 '뮤'의 성공으로 9월 말 현재 8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현금 보유액도 1백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손에 남는 게 없다. 한솔창투의 허용 이사는 "한번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게임의 매력"이라며 "성공한 온라인 게임회사들을 보면 노다지 시장이 따로 없는 것 같지만 정작 이런 회사를 발굴해 낼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