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반대시위가 이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얼마나 지장을 줄 것 같습니까." 얼마 전 워싱턴DC에 있는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피터 피터슨 컨퍼런스 센터.브루킹스 연구소가 이곳에서 주최한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의제 점검 토론회에서 시위의 파장을 우려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IMF본부 건물앞에선 20여명의 시위대가 개도국에 담배시장 개방압력을 넣고 있는 선진국들과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IMF를 싸잡아 규탄했다. 연차총회가 열리는 28,29일을 앞두고 워싱턴DC 경찰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격렬한 시위로 도시가 마비될 것을 우려,IMF본부 인근 기업과 상점들에 철저하게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국제화로 빈부 격차가 오히려 커졌다"고 주장하는 반세계화 단체들은 총회 개막일인 28일 전후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빈곤국의 부채탕감을 요구하는 '주빌리 USA 네트워크'는 26일 밤 재무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反)자본주의 집합(ACC)은 "도시를 마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연례 행사처럼 이어지는 국제화 반대 시위로 IMF 총회는 더이상 국제금융인들의 사교장 역할을 못하고 있다. 회의장도 번듯한 호텔에서 IMF 본부로 바뀌었고,각종 부대행사도 대폭 축소됐다. 실무적인 토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만큼 연차총회는 그 규모나 성격이 쪼그라들었다. 이번 총회의 관심사는 국제금융체제의 안정과 빈곤국가에 대한 지원.하지만 미국의 관심이 온통 이라크 전쟁에 쏠려있어 얼마나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만명 이상 모여들 반세계화 시위로 참석자들의 회의장 출입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전처럼 국제금융잔치에 유람나온 손님처럼 한가하게 지낼 형편이 못되는데도 서울에선 적지않은 수의 대표단이 올 모양이다.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박승 한은 총재 등 고정멤버와,이들을 보좌하는 실무자 및 은행장들을 맞기 위해 워싱턴 관계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몸싸움터로 전락할 총회에서 한국대표단이 얼마나 많은 활약을 할 지 주목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