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재해복구지원의 경제학.. 崔 洸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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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뒤끝은 정말로 처참했다.
5조원대에 이르는 재산피해도 피해이지만 인명 손실이 2백여명에 달했다.
사상 최악의 태풍과 홍수피해를 두고 정부는 시간적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했다.
피해액을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피해보상과 복구를 위한 추경예산이 편성돼 집행중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로서는 이제 할 일을 다한 것 같고,피해당사자들로부터 별다른 이야기도 나오지 않으니 모든 것이 완결된 것 같아 보인다.
과연 모든 것이 종결된 것인가? 몇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수해의 원인이 무엇인가? 정부가 마련해 시행중인 대책에는 문제가 없는가? 내년,아니 매년 오는 태풍과 수해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없이는 앞으로도 재난을 계속 당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재난에 대한 최적의 대책은 재난이 발생한 후에 자금을 물쓰듯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재난의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수해예방을 위해서는 이번 수해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태풍과 폭우가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범지구적인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에 천재(天災)라고 할 수 있으나,잘 관찰해 보면 이번 피해의 대부분이 사람의 잘못, 즉 인재(人災)로 야기된 것이다.
피해의 대부분이 각종 부실공사와 관리소홀에서 야기됐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추궁이 따라야 한다.
교량의 파손,도로의 파손,건물의 파손을 두고 분명히 건설책임자와 관리책임자가 있을 것이다.
책임자가 민간인이든 공무원이든 예외 없이 분명히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과거의 것'이라고 덮어두고,'천재지변'을 핑계로 덮어둘 수는 없다.
지금까지 책임추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돼 왔다.
두명의 지명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배운 좋은 교훈을 태풍피해 책임추궁에 활용해 보자.
정부가 마련해 이미 추진 중인 대책을 잘 살펴보면 원칙이 결여돼 있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거철 정치인의 생색내기와 주민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모든 지역이 무차별적으로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됐다.
특별한 것이 특별로 취급돼야지,모두가 특별로 될 수는 없다.
아주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피해 보상과 재해 복구를 위해 8조원이 투입된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1.5%,금년도 일반회계 예산의 7%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이다.
이러한 방대한 규모의 지원과 관련해 두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는 지원 자체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원과정에서 비효율과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로서는 그야말로 맑은 하늘에 벼락을 맞았으니 앞이 캄캄할 것이다.
그러나 수해의 피해복구는 기본적으로 지역주민 당사자의 책임이다.
노약자나 장애인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 스스로 자립으로 일어서야 한다.
혈세의 사용에는 규율이 있어야 하며,그것도 엄격해야 한다.
국가의 정책 및 예산운용은 단선적 사고방식에 근거해 추진될 수 없으며 복합적 종합적 입체적 사고에 바탕 돼야 한다.
생활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수재민을 결코 나몰라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를 균형되게 보는 접근 자체는 분명히 필요하다.
수재를 제외하고도 자기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난을 당하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많다.
수재 이외의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불공평은 어떻게 해소돼야 하는가 묻고 싶다.
정부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될 때마다 엄청난 낭비가 초래됐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번 수재 지원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에 대해 비리와 낭비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가 묻고 싶다.
농특세를 재원으로 40조원을 넘는 돈이 농촌에 투입됐고,외환위기를 빌미로 1백6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오늘날 그 결과는 어떤가?
수재 지원금을 두고는 앞서의 지원 때와는 다른 제도 및 운영이 담보돼 있는가 묻고 싶다.
스스로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장래가 없다는데 걱정이다.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