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지리 킬리안과 그가 이끄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가 방한, 다음달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99년 첫 내한공연에 이어 두번째 무대다. 체코 출신의 킬리안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안무가중 한사람으로 통한다. 클레식 발레, 민속무용, 현대무용 등 무용전반에 걸친 다양한 테크닉을 음악과 절묘하게 조화시켜 보여주는 독특한 움직임은 그만의 특징이다. 킬리안은 프라하 국립극장 발레학교에서 9세때부터 무용을 시작했다. 20세 되던 66년 영국문화원 장학생으로 선발돼 런던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했으며 이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이자 세계적 안무가인 존 크랑코를 만나 안무에 눈을 떴다. NDT는 구태의연한 발레의 틀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테크닉으로 혁신적인 무용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78년 킬리안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NDT는 단원간 서열이 없고 주역 무용수나 솔로이스트 등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폭발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 동작뿐 아니라 느리게 이어지는 동작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무용평론가 이종호씨는 "킬리안의 작품은 기쁨 슬픔 분노 공포 등 갖가지 감정이 폐부를 찌를 듯 날카롭지만 그 표출과정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평화롭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더 이상 연극은 아니다(No More Play)'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Overgrown Path)' '작은 죽음(Petite Mort)' '쉬-붐(Sh-Boom)' 등 네편. 이중 '쉬-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은 킬리안이 직접 안무한 작품이다. '더 이상 연극은 아니다'는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조각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작은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음악은 안톤 베버른의 곡 '현악 4중주를 위한 5개의 소품'을 사용했다.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는 삶과 죽음을 소재로 삼은 무용이다. 킬리안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것이 너무 자라버린 길을 배회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은 죽음'은 모차르트 서거 2백주년을 기념해 열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인 작품번호 488 '아다지오'와 작품번호 467 '안단테'의 느린 악장에 맞춰 6명의 남자와 여자를 등장시켜 침략 섹스 침묵 등 6가지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다. (02)780-64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