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최근들어 답보 상태에 머물자 속을 태우고 있다. 대선을 80여일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이 30∼35% 주변에서 맴돌 뿐 좀처럼 상승곡선을 그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의 지지율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바짝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연일 "대통령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정몽준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몽준 의원간 후보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고, 정 의원을 간판으로 한 신당이 창당된다 해도 'DJ 신당'으로 몰아붙이면 영남권을 비롯한 국민 다수가 이 후보를 지지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당이 지나치게 자만하고 있는 것 같다" "당 핵심부의 대선전략과 당 조직간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않다. 특히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전원이 참여한 매머드급 중앙선대위가 출범했지만 조직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후보 참모진이 취약점을 보완해주기 보다는 `인(人)의장막'을 친 관료집단 같다는 불평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경의선 철도연결이나 국회의원단 방북에 불참하는 등 경직된 대북관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지율 정체에 한몫하고있다는 평가도 있다.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25일 "민주당의 끊임없는 병풍 공세도 `대쪽'으로 상징되는 이 후보의 이미지를 많이 훼손한 측면이 있으나 무엇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의 부재'가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가 최근 전국 민생투어와 정책포럼 등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대통령 후보' 이미지 구축에 부심하고 있지만 마치 부자 몸조심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벌써 청와대 열쇠를 쥔 것처럼 행동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