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지정 등 북한 경제개혁이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에 포진한 북한 전문가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들은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개성공단 진출 등의 대북 사업에서 각 그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 온 인물들로 향후 대북 경협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아산에는 대북경제협력 사업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김윤규 사장 등 내로라하는 대북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사장은 1989년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의 방북 이후 남북경협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단장직을 거쳐 99년 6월 현대아산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대북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그동안 수십 차례 평양 등을 오가며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조성기획안 등을 챙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들과의 교감도 두터운 편이다. 김고중 특별보좌역(부사장) 역시 97년 2월 현대종합상사의 중국지역 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동안 15회에 걸쳐 평양을 다녀온 대북협상 전문가. 북한 내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등의 고위 관계자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일부 인사와는 눈빛만 봐도 의중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좋다고 한다. 북한 법률의 불합리한 점이나 불리한 조항을 손금 보듯이 꿰뚫고 있는 전문가도 있다. 윤만준 자문역(전무)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현대 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계약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금강산 관광개발 합의서,공단개발 합의서 등 중요한 계약문건은 모두 윤 자문역의 검토를 거친 것이다. 현대종합상사에서는 이정모 대북사업 TF팀장 겸 법무계약팀장이 대북사업 창구다. 한국 최초의 해외 공단 개발사업인 인도네시아 현대 베카시 공단사업을 담당한 공단 전문가로 개성공단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에서는 박영화 삼성전자 고문이 대북사업의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박 고문은 삼성전자 내에서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경협사무국을 관장하고 있다.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접촉,TV 카세트 전화기 조립생산을 추진하는 등 북한 인맥을 구축해 왔다. 80년부터 그룹 비서실 기획담당 부서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했으며 이후 삼성SDI와 삼성전자에서도 전략 및 미래전략업무만을 담당한 '기획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고문으로 현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대북경협사업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고받고 사업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등 삼성 내 대북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LG에서는 LG상사의 이종근 지역개발 TF팀장이 그룹 전반의 대북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팀장은 89년 LG상사 특수물자 과장 시절부터 대북업무를 시작해 13년 동안 줄곧 북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95년부터 5년간 베이징 지사에 근무하면서 LG계열사와 북한상사간의 면담을 60여차례 주선했다. SK는 SK글로벌 정효진 동북아사업팀장이 95년 북한 의류 임가공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북한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정 팀장은 2000년 7월 대북사업팀 초대팀장을 맡았다. SK글로벌은 북한 정부의 공식 대북경협 채널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본사와 베이징·단둥대표부,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의류 임가공,섬유 원료 약재류 교역,광물개발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구해우 정책협력실 동북아협력팀 팀장(상무)을 주축으로 평양과 남포지역에서 이동전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