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살아온 집을 빼앗기고 길거리에서 차례를 지내야만 하다니…"


추석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11시 대전시 중구 용두동 서대전초등학교 건너편공터에서는 지난 7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앞세운 주택공사의 강제철거로 집을 잃고 쫓겨난 용두동 철거민들과 대전지역 철거민 공동대책위 회원 등 70여명이 올리는 합동차례가 진행됐다.


남들은 고향을 향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거나 고향에서 가족들과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 때여서 황량한 길거리에서 차례를 지내는 이들의 표정은 침울하기만 했다.


이들은 지난 7월18일 철거 당시 가재도구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쫓겨 나왔기에 예년같은 번듯한 차례상을 차릴 수는 없었지만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이날의 차례를 준비했다.


철거민들은 주머니를 털었고 19일에는 천막 농성을 벌여 온 대전 중구청 앞 인도에서 부침개도 부치며 차례음식도 장만했다.


그러나 해마다 명절이면 찾아오던 가족 하나 없이 같은 처지의 철거민들끼리 길거리에서 지내는 차례이기에 이들은 조상에 대한 죄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순호 할머니(74)는 "몇십년 동안 발붙이고 살아오면서 해마다 조상들을 모셨던 곳을 떠나 길거리에서 차례를 지낸다는 게 안타깝다"며 "갈 날도 머지 않았는데무슨 낯으로 조상들을 뵙겠느냐"고 한숨쉬었다.


이들은 조금이나마 추석 분위기를 내보려고 차례를 마친 뒤 노래자랑도 했지만 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는 한가위의 풍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기자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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