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없이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키우고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다. 기업들도 이제 기술분야의 최고경영자인 CTO(Chief Technology Officer)를 키워내야 한다. 내로라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손꼽히는 CTO가 있다. CTO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다. 나라 안팎의 대표적인 CTO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 약력 ] △1963년 경기고 졸업 △6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67년 한국비료공업 입사 △75년 삼성전자 입사 △90년 삼성전기 생산기술본부장 △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부사장 △98년 삼성전관 대표이사 사장 1백85㎝ 키에 소탈한 인상. 특별히 힘주지 않으면서 조용조용 이어가는 말투…. 삼성종합기술원 손욱 원장의 첫 인상이다. 이런 외모에서 엔지니어 출신임을 간파하기는 쉽지 않다. '흔들바위' '큰손 덕장'이란 별명 그대로 그에게서 엔지니어의 상징인 딱딱함을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간판 삼성그룹에서 기술분야를 총괄하는 '그룹 CTO'다. 그가 이끄는 삼성종합기술원은 한 해 연구비로 1천6백억원을 투자하고 박사급 연구원만 2백90명(총 8백20명)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의 '기술 싱크탱크'다.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종합제철을 거쳐 75년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삼성전기 생산기술본부장과 종합연구소장,삼성전관 대표이사 등을 지낸 뒤 99년부터 종합기술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철저한 '현장 실무형'이다. 대부분 연구원장들이 박사 학력에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아온 것과는 판이하다. 그는 연구개발을 비롯 기획 영업 마케팅 등 거의 모든 분야를 거쳤다.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 R&D(연구개발)가 아니라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연구사업개발)'를 필요로 하는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현장감각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다. "부품 배열만 바꿔도 작업속도가 10% 빨라진다"는 식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이론에도 밝다. 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지난 93년에는 전자산업 생존전략 10년 계획을 작성,반도체와 가전부문 공격경영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CEO(최고경영자)가 R&D비를 나눠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술의 중요성을 회사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CTO도 '기술밖에 모르는 전문 엔지니어'라는 인식을 깨트리고 자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국가가 기술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알리고 이들의 사기를 북돋워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