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전 닷컴기업들이 '아바타'(사이버상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를 유료화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누가 돈주고 그런 걸 사지?'라는 회의적 시각이 주류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예상을 뒤덮고 네티즌들은 '아바타'를 꾸미는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아바타의 성공 뒤에는 '아바타를 만드는 사람들'로 통하는 기획자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젊다.


아바타를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네티즌들과 대화한다.


네티즌들의 유행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일이 바로 이들의 몫이다.


사실 이들에게도 아바타의 폭발적 인기는 예상밖 일이었다.


아바타를 국내 처음 서비스한 네오위즈 세이클럽의 김수연 캐릭터팀장(26)은 아직도 아바타 성공의 이유가 궁금하다고 한다.


"처음 서비스를 준비할 때는 그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과연 이것이 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전의 캐릭터처럼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는게 호응을 얻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유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맞아떨어진게 아닐까요."


강지수 팀장(31.NHN 캐릭터사업팀)도 여기에 동의한다.


"월드컵때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가 끝난 후 바로 인기선수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죠. 유행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기가 힘들어요. 생각지 못했던 선수가 골을 넣어 미리 준비가 안된 탓에 난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어려움도 적지 않다.


넷마블 개발기획실 조종아 PD(24)는 "네티즌들의 기호를 순간순간 포착해 즉시 아이템으로 만들어 내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회사를 뛰쳐나와 혼자 머리를 짜낸 적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챌 사업기획팀 구준회 팀장(29)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 특히 어려움에 부딪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처음에는 아바타에 팬티만 입혀 놨었죠. 다음날 바로 '안티 아바타' 사이트가 프리챌 내에 생기더군요. 속옷만 입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수치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바타라는게 단순한 인형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유료화를 언제할 것인가를 두고서도 네티즌들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다.


김수연 팀장은 "한번은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 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사이트에 올렸더니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다"며 "그런 일들이 이젠 즐겁다"고 소개했다.


수없는 아바타를 만들어낸 만큼 이들의 개성 또한 다양하다.


만화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김수연 팀장은 사용자의 시각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지수 팀장은 영구아트기획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등 캐릭터 사업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전자공학도 출신다운 치밀함도 갖고 있다.


구준회 팀장의 경우 출판업체 베텔스만코리아에서 서비스 기획 등의 일을 주로 맡아와 마케팅 분야에선 일가견이 있다.


조종아 PD는 웹 기획으로 인터넷 분야에 뛰어든 전형적인 신세대로 톡톡 튀는 감각이 장점이다.


이처럼 서로 일하는 곳도, 개성도 다르지만 앞으로 아바타의 장래에 대한 견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ID처럼 아바타 역시 개인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돼 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조종아 PD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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