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우리의 경제·사회 문제 가운데 정부가 노상 실패하는 것이 교육과 부동산정책이다. 이 정책들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일 터진 뒤 현상을 억제하는데만 몰두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일류대학 보내는데 쏟는 부모들의 그 유별난 정성을 누가 모를 것인가. 그런데 국가는 교육평준화 원칙을 내세워 변별력 없는 수능과 과외방지책을 마련하는 데만 골머리를 써왔다. 부자들이 교육·생활환경 좋은 지역 찾는 것은 당연한데,부동산 대책은 투기를 막고 교통불편한 신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일관했다. 근본을 손대지 않고 변칙에만 머리 쓰는 정책은 뒷날 더 큰 탈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투기는 왜곡된 시장에서 더욱 번성하고,약효가 다한 변칙은 일층 강도높은 변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투기 열풍의 도화선이 된 강남,특히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이곳이 강남의 중심에 근접해 생활편의시설이 집중되고,최적의 교육타운으로 고착돼가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집값은 뛰고 구청의 세수와 투자는 날로 늘어가니 이미 발붙인 이곳 주민들이 떠나려 할 리 없다. 반면,신도시 이주자들은 비평준화 고교마저 없어진 뒤 다시 회귀할 길을 한사코 뚫으려 하니 이곳에 아파트 품귀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엄연한 상황은 방치하고,문제많은 신도시나 건설하면 장래 강남 아파트의 잠재적 수요자는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엔 엄청난 돈이 풀리며 부자도 늘어났다. 그런데 주거여건 좋다고 알려진 곳은 강남뿐이라,돈많은 실수요자는 여기에 다 몰리고 덧붙여 투기자도 날뛴다. 이런 현상은 장래 강남이외 다른 지역으로 인기지역이 대거 확산돼야 해소될 것인데,이것은 시장의 역할이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단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고 이런 시장의 과정을 억제하는 일만 안하면 된다. 예컨대,강남의 재개발이나 아파트 재건축은 억제할 것이 아니라 요구대로 허용할 일이다. 강남에 주택 수요가 팽배하는 한 열댓평짜리 재건축 후보는 언젠가 6억원을 호가하게 돼 있다. 오히려 고층화와 용적률을 모두 허용해 재건축을 앞당기는 것이 그나마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투기소지를 축소하고,외부 주민에게 강남 입주의 문호를 열어 주는 길이다. 이런 정책이 강남인구를 늘리고 교통과 생활여건을 악화시켜 땅값 하락을 촉진한다면 강남시민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냉엄한 시장의 과정이고 무(無)정책의 정책이다. 그 동안 강남에서 부(富) 쌓고 환경 좋은 공간을 세금 안내고 향유했던 강남주민들에게는 과거의 독점적 권리를 잃는 대신,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떠날 자유가 주어진다. 만약 이들이 강북이나 신도시에서 새 주거지역을 조성한다면,교육과 생활여건 좋은 고급주거지가 각처에 분산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부동산세제에는 이해하지 못할 점이 많다. 오늘날 도처에 널린 것이 부동산정보라 누구나 부동산 시가를 알 수 있는데,당국은 양도세 재산세의 과세표준으로 왜 계약가격이나 기준시가를 적용해야 하는가. 1가구 1주택이건 10주택이건,10년 전에 샀건 어제 샀건,그 거래가격 소유액수에 따라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재산세를 부과하면 되지,왜 때에 따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는가. 투명한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한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왜 팔지도 않을 우리 집의 과표가 올랐느냐,강북아파트가 대여섯배 재산세를 내느냐는 등의 잡음도 없어질 것이다. 모든 주택은 원리상,그 가격에 비례하는 주거서비스를 생산하고,그만큼 소득을 창출한다. 만약 10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세가가 5억원,이자율 8%라면 그 소유자는 연 4천만원의 실효소득을 얻는다. 소유자가 스스로 거주하면 4천만원의 주거서비스를 전액 자가(自家) 소비하는 것이고,이 집을 전세주고 5억원 셋집을 얻어 살면 2천만원을 주거비로 지불하고 2천만원의 현금소득을 챙기는 것이다. 오늘날은 조세저항이 극심해 10억원짜리 물건의 재산세를 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궁극적으로 우리의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총액에 준해 누진율이 적용되는 재산보유세 구조를 가짐이 타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