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lee@univera.com 중국은 전세계가 눈독 들이는 무한대의 시장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실상,중국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중국에 거점을 만들고자 시도하던 많은 기업가들이 시간과 돈만 낭비한 채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일도 수다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관시(關係) 없이는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 회사는 올 2월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최남단 섬,해남도에 알로에농장을 조성키로 하고 성(省)정부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해남도는 알로에를 키우기에 좋은 토양과 기후를 가지고 있어 아시아의 생산거점으로 삼기에 적절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알로에를 차세대 전략사업의 하나로 책정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3년 반에 걸친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중국 진출을 성사시켜 내자 대체 어떤 관시로 거사를 이뤘는지 은근히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 리 없다. 다만 내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절실히 깨달은 점 하나는 대다수의 한국 기업인이 그들의 행정질서와 공무원들의 자질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만난 중국의 엘리트 관료들은 중국의 미래와 환경,복지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었다. 알로에농장이 세워질 경우 그 이익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는지도 그들은 면밀하게 검토했다.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와 길고 지루한 토론이 거듭 요구되었지만,그러한 '만만디'정신은 실상 그들 나름의 전략적 치밀함과 무서운 사명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해남 만녕시의 정(丁)서기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사소한 조항까지 일일이 따져가며 의심많은 중국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관리였으나 회의가 길어져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도 우리와 같이 식당에 가는 것조차 단호히 거부했다. 계약이 완료된 뒤 그는 말했다. "밥과 술과 돈으로 시작된 관시는 밥과 술과 돈으로 끝난다." 우리의 관시도 그러한가. 그들의 관시와 만만디문화가 향응과 접대를 요구하는 타락한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어쩌면 과거 우리 사회의 왜곡된 관성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