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가 이동식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13일 말했다. 그는 이날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면서 "이런 종류의 작업에는 큰 공간이 필요치 않으며 아주 작은 장소에서도 가능하다. 더구나 이것을 이동식으로 만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도 훨씬 쉽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를 인용, 이라크가 이동식 무기생산 시설을 가졌을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마이어스 의장의 발언은 이에 관한 증거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상당량의 생물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동식 생물무기 생산시설은 트레일러 3-5개에 설치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가 지난 91년 걸프전 이전에 생물무기 계획을 통해 다량의 탄저균 및 보툴리누스 균을 생산해 낸 사실을 발견했으며 전량을 파괴했다는 이라크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없으며 이라크가 시인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었다. 한편 딕 체니 부통령은 13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생화학 무기 및 핵무기 계획을 재가동하고 있다는 비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밝히고 "분명이 언급해야 할 새로운 위협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트리바 빈의 국제 핵 관계자들은 13일 최근 특수제작돼 중국에서 요르단으로 수송된 알루미늄관이 이라크의 핵무기 공장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 14개월간 이같은 물건의 수송사실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고 말하고 요르단에서 적발된 관들은 미국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종류의 것이긴 하나 미국 관리들이 의심을 품은 물품들이 바로 이번 화물을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하고 이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빈 관계자들이 말한 것과 같은 기간에 이라크로 알루미늄관 수천개를 수송하던 화물선이 적발됐다고 밝히고 이들 관의 형태로 볼 때 이라크의 원심분리기용인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 관의 어떤 점이 그같은 의심을 일으키는지, 이 화물의 수량이나 출발지에 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 1990년대 미국과 함께 이라크 핵무기 개발계획을 감시했던 국제에너지기구(IAEA)의 한 전문가는 중국에서 요르단으로 가는 화물에 관해서는 들은 적이 없으나 이라크가 두 차례에 걸쳐 이같은 종류의 관을 확보하려 했다는 미국 관계자들의 말은 들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한 고위 국방관계자는 13일 이라크가 외부로부터 핵분열물질만 입수할 수 있다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지만 자력으로는 2010년대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라크가 걸프전 이전의 비밀 핵무기계획 당시 쓰고 남은 핵분열물질을 갖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라크는 핵분열물질과 함께 우라늄 농축장치의 부품을 국내에서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라크가 핵무기 입수단계에 가까와오고 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으나 이라크는 관련자료와 과학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관련물질 입수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빈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