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시인 마종기(63)씨가 열번째 시집 「새들의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문학과지성刊)를 냈다. 마씨는 지난 6월 오하이오 의과대학에서 은퇴함으로써 36년간의 미국생활을 마무리했다. 고국의 문우들과 사귀며 말년을 문학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번 시집은 1997년초 출간된 시집 「이슬의 눈」 이후 5년여 동안 고국으로 보냈던시편을 엮었다. 그는 자전적 시 '침묵은 금이라구?'에서 "무서운 법이 많았던 내 나라"를 떠난사연을 밝힌다. 그는 공군사관학교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65년 한일회담 반대성명에 가담했다가 정치적 고초를 겪고 미국으로 떠났다. '축제의 꽃'으로 시작돼 '목련, 혹은 미미한 은퇴'로 끝나는 새 시집의 특징은'식물성'과 '여성성'으로 간추릴 수 있다.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따뜻하다./수술과 암술이/바람이나 손길을 핑계삼아/은근히 몸을 기대며/살고 있는 곳"(축제의 꽃)이라거나 "헤어져 살던 깨알들이 땅에묻혀 자면서 향긋한 깻잎을 만들어내"(깨꽃)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물성의 세계는여성성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이민생활에 따른 유랑민의 정서가 배어 있는 그의 시들이 고향에 대한 희구로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생음악같이 한 소절씩 흩어지면서'(나그네) 고향을 떠났던 시인은 "맑은 새소리도 운치의 풍경도 사라진 폐광'(침묵은 금이라구?)을 바라보며, "이제 내 짐도 내려놓고/내 하던 일도 내려놓는다"(목련, 혹은 미미한 은퇴)면서 '고향'같은 '시인의마을'로 돌아온 것을 알린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마종기는 자신의 실존적 정직성을 시적 질료로 삼고 그것을 투명하게 진술한다"면서 "범신론에 접근하고 있는 그의 시들은 종교적 대상을 개인적 육체의 차원으로 되돌리고, 종교적 사랑과 개인적 사랑이 기적처럼 만난다"고평했다. 112쪽. 5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