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은은한 맛과 향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버섯.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신들의 음식"으로,중국인들은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버섯의 독특한 향과 다양한 쓰임새 때문이다. 식용버섯의 종류는 많다. 능이,송이,표고,느타리,목이,싸리,갓,기와,비늘버섯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요리재료로서 버섯은 까다로운 편이다. 쉽게 상하는 특성 때문에 손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고 버섯 고유의 향을 지키기 위해서는 늘 같은 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갖 종류의 버섯향이 산하를 가득 채우는 요즘 버섯 요리로 유명한 맛집들을 소개한다. 별난 버섯집(하남시 동서울 골프장 입구,02-485-6113)=내몽고지역을 여행하던 주인이 샤브샤브를 보고 버섯탕을 개발한지 7년. "별난"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버섯집들의 원조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숫총각 버섯탕과 버섯 육개장. 이름도 얄궂은 숫총각 버섯탕에는 남성의 상징과 비슷하게 생긴 초고 버섯이 들어간다. 중국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초고버섯은 가격이 비싸 많이 넣어 주지는 않는다. 하루 이상 우려낸 사골 국물에 초고,표고,양송이,느타리,팽이버섯을 넣고 맑게 끓인다. 담백한 맛은 물론이고 버섯의 육질 씹는 맛을 만끽 할 수 있다. 숫총각 버섯탕에 매운 양념을 가미해 얼큰하게 끓인 버섯 육개장은 칼칼한 맛을 즐기는 애주가들의 단골 메뉴. 탕 종류는 모두 6천원.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하다. 버섯 고을(용산세무소와 이촌역 사이,02-793-7222)=이 집에서 자연산 송이를 즐길 수 있는 건 냉동기술 덕택이다. 9월 한달 동안 양양에서 1년치 물량을 구입,깨끗이 손질하여 영하 30도에서 급속 냉동한다. 비록 냉동이지만 자연산 송이로 만든 돌솥밥,전골,소금구이를 일년 내내 즐길 수 있다. 일본인 손님이 많은 것도 이 때문. 가격도 특급호텔의 절반 수준.특히 돌솥밥과 전골이 인기다. 경기미에 찹쌀을 섞고 각종 버섯과 대추,은행을 넣어 지은 돌솥밥은 찰지고 고소하다. 미끄러지듯이 부드러운 버섯은 씹는 순간 입안에 향이 퍼진다. 사골국물에 송이,표고,느타리,팽이버섯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내는 송이전골도 많이 찾는 메뉴. 갖은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그만이다. 돌판에 구워주는 송이 소금구이는 가격이 1인분 8만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양이 푸짐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냉동이어서 향이 좀 덜하고 색이 진하다. 추석이 지나면 새 송이가 들어온다. 등촌버섯칼국수(등촌동 하이웨이 주유소 맞은편 골목,02-3661-2744)=버섯 칼국수 하나로 명성을 쌓은 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식당이었지만 지금은 3층 건물 전체를 사용할 만큼 커졌다. 감자가 깔려있는 버섯 매운탕에서 향긋한 미나리와 살이 오른 느타리버섯을 먼저 건져먹고 그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입안이 얼얼한 상태로 기다리기가 심심하면 미나리만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칼국수 면발이 그다지 쫄깃하지는 않지만 버섯과 미나리 향이 국물에 베어 있어 먹을 만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걸쭉해진 국물에 남아있는 감자를 으깨고 잘게 썬 미나리와 계란,그리고 밥을 넣어 비벼 먹는다. 푹 익힌 감자와 계란에선 고소함이 느껴지고 살짝 태운 밥에선 누룽지의 구수함도 맛 볼 수 있다. 5천원에 즐기는 버섯 풀코스인 만큼 먹고나면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김유진 맛칼럼니스트.MBC PDshowboo@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