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정은(27)이 신작 코미디영화 "가문의 영광"(감독 정흥순)에서 조폭 가문의 외동딸 장진경 역을 맡았다. 아버지 박근형과 유동근 성지루 박상욱 등 세오빠,그리고 남자친구 정준호사이에서 홍일점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남자스타들의 그늘에서도 웃음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도시적인 "내숭녀"에서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엽기녀"에 이르기까지 큰 폭의 감정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런 극단을 왕래하는 성격의 변주가 바로 김정은식 웃음의 원천이다. "가문의 영광"은 금력과 권력을 갖춘 가문이 부족한 학력을 보완하기 위해 엘리트 사위를 구하려는 작전을 그린 영화. 여기서 막내딸 장진경은 조폭 오빠들과 달리 모범생으로 자라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순진녀다. "장진경은 엄마없이 자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강박과 결벽을 갖고 있죠.사실 저의 다른 일면이기도 해요" 김정은은 영상에 비친 모습과는 반대로 "예전에는 소심하고 자신감없으며 답답한 아이였다"고 말한다. 직장인 장진경은 자기방어 본능이 강하고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는다. 우연히 동침한 남자에게 정조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자 투신을 감행할 정도로 과격하다. 화려한 옷을 즐기는 집안의 남자들과 달리 그녀의 복장은 수수하다. 담배연기에 콜록거릴 정도로 사회화도 덜 돼 있다. 남자의 취미인 "별자리연구"에 동참하기 위해 책들을 쌓아놓고 읽을 만큼 고답적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무식하면 착하기라도 해야지"란 박대서의 말처럼 조폭가문의 컴플렉스에 기인한다. "하지만 장진경은 "욱"하면 확 돌아요.그게 코미디의 요소예요" 장진경은 여수에 사는 조폭 가족들과 만나면 순식간에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연적의 협박에 처음에는 기죽다가 "꼭지가 도는 순간" 갑자기 본색을 드러낸다. 눈을 부릅뜨고 인중(입술윗부분)을 부르르 떨며 속사포 말을 쏘아댄다. 어이없이 한방먹은 연적은 질겁을 한채 할말을 잃는다. 낙차 큰 감정변화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장진경은 보통사람들과 달리 "거친"가정에서 자라 "부드러운"사회에 나온 존재다. 세오빠와 아버지는 그녀의 엽기적인 면모와 동일하고,결혼상대자인 정준호는 교육으로 순화된 일면을 대변한다. 그녀는 무식한 조폭가족이 부끄럽지만 한가족임을 거부하지 않는다. 양면성은 김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에서도 드러난다. "엽기적인" 카메론 디아즈와 "이지적인" 기네스 펠트로가 그녀의 우상이다. "배우가 웃길 준비를 하고 연기한다면 그 영화는 끝이죠.저는 상황에 충실하기 위해 제스스로 의욕과잉과 싸웠어요" 김정은은 데뷔작 "재밌는 영화"에서 헐리웃식 유머를 연상했다면 여기서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연상했다고 한다. "코미디 장르내에서도 연기패턴이 조금씩 다르지요.저는 코미디배우로 각인되더라도 장르내에서 연기변신을 계속 시도할 거예요" 김정은은 코믹배우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갑자기 본격 멜로연기로 변신한다면 관객들이 "진짜" 웃을 거니까.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