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중매쟁이가 건넨 사진 한 장을 들고 많은 나이 어린 조선 처녀들이 머나 먼 하와이로 떠났다. 하와이에 가면 나무에 돈이 주렁주렁 열려있다기에 또는 친정식구들을 살리려고 아니면 일본의 압박이 싫어서 이들은 하와이로 건너갔다. 내년 1월13일은 우리나라에서 미국 이민이 시작된 지 1백년되는 날이다. SBS는 미국 이민 1백 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PICTURE BRIDE-하와이로 간 사진신부들'을 9월20일 낮 12시10분 방송한다. 1903년 1월13일 첫 한인 이민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하와이에 도착했다. 이후 1910년부터 24년까지 약 5백여명의 사진신부들이 하와이로 시집갔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늙은 한인 노동자들과 고된 노동이었다. 하와이 초기 이민사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의 집 자녀가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줬다.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한인들의 교육활동과 독립운동은 놀랄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제작진은 1백년의 이민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10년 전 촬영한 이민1세 '사진신부 할머니들'의 생존 당시 인터뷰를 공개한다. 아버지보다도 나이 많은 남편과의 첫날밤 에피소드,술주정뱅이 남편 탓에 고생한 이야기,아이들을 남겨두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 때문에 재혼 삼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등 이들의 질곡 많은 인생에는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 돼있다. 또 하와이 이민 2세들의 부모에 대한 기억을 통해 이민 1세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