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중년의 가장이 친구들 앞에서 성적 모욕감을 안겨주며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구박한 아내와 이혼해도 좋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근무하던 남편 A씨(49)는 지난 79년 B씨(47)와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 1남1녀의 자녀를 뒀다. A씨는 대기업과 연구소 공기업에 근무하며 임원까지 맡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부인 B씨는 결혼 초부터 "친구들은 중형 아파트에 사는데 우리는 뭐냐"는 식으로 남편을 구박했다. 심지어 동창 부부모임에 나가 남편을 '성 불구자'라며 망신을 줬다. 남편의 무능을 탓하던 부인 B씨는 나중에는 빨래와 식사도 챙겨주지 않은 채 "몸에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며 접근조차 막았다. 상처를 받은 남편 A씨는 지난 99년부터 이혼 경력이 있는 다른 여자와 만나 바람을 피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 B씨와의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남편 A씨는 새로 산 강남아파트를 부인에게 통째로 넘겨주고 이혼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홍이표 판사는 최근 "부인 B씨는 남편을 돈 버는 사람으로서만 인식해 참기 힘든 모욕을 줬다"며 "그러나 남편 A씨도 다른 여인을 만나는 등 부인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부부 모두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