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 탐색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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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외우(外憂)에 시달리며 이틀째 급락했다.
미국의 더딘 경기회복과 함께 8월들어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일본과 유럽의 시장이 동반 추락하면서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따라 종합지수가 이틀연속 내리며 장중 한때 20일선이 깨지는 등 지지선이 불안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그리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미국 이중침체 우려를 일정부분 선반영한 점을 감안할 때 추가 급락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전저점을 눈앞에 두고 있어 이 마저 깨질 경우 지수 눈높이를 다시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시장이 다소간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국내도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전망되며 단기적으로 700선 부근에서의 지지가 전망되고 있다.
◆ 미국 경기지표, 아직은 안개속 = 소폭이나마 호전이 기대됐던 미국의 8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실망스럽게 발표되면서 투자심리에 찬 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인털에 대한 증권사의 실적전망 하향이 잇따르는 등 기업체의 실적 우려감도 증시 급락에 한 몫했다.
미국 8월 ISM제조업지수는 전달과 같은 50.5으로 시장 예상치 51.4를 밑돌았다.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국면의 지속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신규주문이 전달 50.4에서 49.7로 하락해 생산활동의 재침체 여지를 시사한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이에 따라 최근 8월에 나타났던 7월 제조업주문 등 미국의 일부 경제지표 호전으로 최악의 국면을 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소매매출과 생산이 증가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무이자 할부판매에 힘입은 반짝 반등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지표 불안의 근저에는 고용불안과 개인소비의 위축 요인이 있다. 개인의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기업체는 신규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는 형편.
즉 기업체의 저가할인 판매에만 의존하는 개인소비의 취약성은 다시 기업체의 생산 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의 단절 계기가 마땅치 않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감세 정책 등 적극적 소비 진작책을 구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미국 경기의 불안감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번번히 시장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높을 전망이다.
◆ 700선 지지 기대 = 주가가 최근 750선과 60일선을 돌파할 때만 해도 중기 트랜드 전환은 아니더라도 단기 랠리에 대한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해외시장의 악재가 연속되면서 다시 지지선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다다랐다.
시장에서는 4일 종합지수 20일선이 장중 흔들린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700~800사이 박스권 국면에서의 등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다음주 선물옵션 만기를 앞두고 외국인이 투기적 선물 거래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700선 부근의 지지를 기대하면서 차분한 대응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시장 급락도 ISM제조업 지수에 너무 과잉반응한 측면도 배재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9.11테러 1주기를 앞두고 있고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과매도국면으로 이끌고 갔다는 설명. 일단 다우와 나스닥이 전저점인 각각 8,100선과 1,200선에 다가서고 있어 이의 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지수가 20일선이 하루 이틀 하향한다 해도 깨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700선이 지켜지면 일단 박스권 구도는 유지돼 인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신영수 시황팀장은 “720선이 깨지지 않는다면 20일선을 지지선으로 해외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750선에서 매물을 맞고 내려온 터라 빠른 상승보다는 저점을 완만하게 높이는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 시장의 낙폭이 크기 때문에 단기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가가 추가하락하며 20일선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다시 저점테스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