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인사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된데다 최근 채권단이 대주주 측근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4일 서울 적선동 사옥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 장철순 사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노정익씨(50)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영업 지원 부문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신임사장은 지난 2000∼2001년에 현대 구조조정위원장과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지냈으며 현대상선 대주주인 정몽헌 이사가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은행은 추가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능력과 실적이 못미치는 일부 임원을 퇴진시킬 것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노 신임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새 사장이 누가 되든 납득할 만한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동차선단을 매각하면서 단기적인 자금난은 벗어났지만 중장기적인 생존능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자산매각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면 앞으로는 인적 쇄신을 통한 경영능력을 확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동차선단 매각 대금중 3천억원을 현대상선에 지급하는 방안을 백지화하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단기부채의 중장기 전환도 해주지 않을 방침이다. 문제는 노 신임사장이 앞으로 정몽헌 이사의 측근들을 정리할 정도로 과단성을 보일 수 있느냐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전형적인 재무통이긴 하지만 대주주와 채권단 사이에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얼마나 조율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