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태풍 '루사'의 집중공격을 받은 강원 영동 지방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곳곳에서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고 구멍 뚫린 하늘에서 쏟아진 비로 댐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 일부 저수지는 범람해 강원도는 완전 고립상태가 됐다. 사상 최고치인 8백98㎜의 폭우가 쏟아진 강릉시는 거대한 호수를 방불케 했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어디가 도로였고 집이었는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주택 파손으로 인해 수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강원도로 들어가는 주요 국도와 철도는 산사태 등으로 '올스톱'됐다. 1일 새벽 양양군 양양읍 청곡 1리 정선화씨(73) 집이 산사태로 매몰돼 정씨와 아내 이순녀씨(68)가 숨졌다. 또 속초시 도문동 오우석씨(64) 집이 폭우로 붕괴되며 오씨가 묻혀 숨졌다. 이밖에 전날 오후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조규영씨(73·여)와 박현민군(11) 등 4명이 실종되는 등 1일 현재 34명이 사망하고 27명이 실종됐다. 깅릉 시내 대부분은 '수중도시화'됐으며 주문진과 성산면 왕산면 등 18개 읍면동에서 모두 8천3백93채의 건물과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2만4천7백64가구는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또 강릉 안인진 정동진 산계 등의 시내전화 1천9백85회선이 끊겼고 속초 고성 등은 광케이블이 유실돼 시외전화도 두절됐다. 양양∼강릉∼동해간 7번 국도는 곳곳의 산사태와 침수,유실 등으로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강릉∼동해 구간은 열차운행마저 중단돼 이동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다. 강릉=홍성원 기자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