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단기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며 상승을 일궈낸 뒤 최근 조정 장세에서도 종합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증시는 이번주 들어 뉴욕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폭락하고 외국인이 연일 대규모 매도 공세를 퍼붓고 있음에도 비교적 단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 움직임은 그러나 ‘견조하되 다소 답답한’ 모습이다. 해외 악재에 잘 버티고 있으나 시원스런 돌파구를 찾아 나설 만한 모멘텀이나 주도주가 부재하다. 지수는 당분간 좁은 박스권을 오가며 이탈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할 전망이다. 5개월만의 양봉 형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은행, 증권 등 탄력이 살아있는 종목군과 빠르게 돌고 있는 ‘순환형 테마’에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 양봉에 대한 기대 = 29일 종합지수가 뉴욕증시 급락과 외국인 매도세를 헤치고 720선을 사수함에 따라 월 기준 종가가 시가보다 높은 양봉 형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볼 때 이번달 양봉 형성 여부에 따라 지난 4월 음봉 발생 이후 이어온 하락추세대에서의 본격적인 이탈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종합지수 개장가는 719.99이고 29일 종합지수는 724.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종합지수가 소폭 하더라도 720선만 지킨다면 양봉 출현이 가능한 조건이다. 일단 종합지수는 4개월 연속 음봉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종합지수가 단기 추세선인 20일선을 상향 돌파한 뒤 20일선 자체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 90년 이래 10차례 나타난 4개월 연속 음봉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97년 말과 벤처거품이 빠진 2000년 중반을 제외하고는 어김없이 양선을 냈다는 경험도 양봉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20일선이 하락추세대를 벗어나 있는 상태에서 비교적 충분한 조정을 받은 만큼 5개월만에 양봉이 출현할 공산이 크다”며 “양봉이 나타나더라도 옆으로 기는 모습을 연출한 뒤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양봉 형성은 기술적이나 심리적인 영향일 뿐이어서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 상승하고 있는 20일선과 하락하고 있는 60일선이 좀 더 근접하기 전까지는 박스권 이탈보다는 방향탐색 과정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조덕현 차장은 “양봉이든 음봉이든 두 달 연속 십자형이 만들어짐에 따라 다음달 긴 몸통을 가진 양선 출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조정 이후 재반등시 강한 탄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단기 수급이 관건 = 시장이 이 같은 기술적 신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 반등을 이끌어낸 수급과 심리가 외국인 매도세와 시세조종 혐의 적발 등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증시는 수급, 특히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추세전환을 위한 모멘텀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외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가리키고 있고 증시로의 자금유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우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연일 매도 공세를 퍼붓고 있다.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외국인은 나흘간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5,1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뉴욕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더욱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와는 별도로 주가지수선물 비중을 큰 폭 조정하며 프로그램 매매를 불러들여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현재 5,300계약 가량의 순매수 포지션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국내 수급을 좌우하는 외국인의 매도우위가 지속되면서 만성적인 수급 악화가 초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은 그러나 일정한 방향성을 지속하기보다는 국내외 증시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대한 처분이 부담스러운 점을 감안할 때 뉴욕증시와 반도체 현물 가격 동향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나흘째 1,000억원 어치 이상 매도우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도규모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매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매도로 매매패턴을 굳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