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보험정책, 예측가능성에 무게 실려야 .. 폴커 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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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드빌 < 알리안츠생명 부사장(수학박사) >
생활수준 향상 등에 힘입어 한국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장수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이지만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남녀의 평균 수명이 약 3년 연장됐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 연장은 생명보험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평생 급부를 지급하는 연금보험 보험료는 비싸지는 반면 사망보험금은 늦게 지급되기 때문에 보장성 보험이 저렴해지는 효과가 그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경험생명표를 발표했다.
새 경험생명표는 각 보험사에서 12월1일부터 대상 상품에 대한 보험료 및 보험금에 적용하도록 돼 있다.
종신보험 재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하 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연금보험은 별도의 보험금 인상 없이 보험료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저축성 보험 등 일부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생사혼합형의 경우 보험료 인하폭이 불과 몇 %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보험료 및 급부에 대한 변경도 향후 몇 개월 내에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생명표에 의해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보험료 책정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
저금리 현상과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건전한 생보사를 운영하는데 요구되는 사업비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도 다른 생보사들처럼 12월1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조기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당국이 8월5일 이전에 판매된 일부 저금리상품에도 소급 적용하길 원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 결과 알리안츠생명도 몇몇 생보사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과거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소급 인상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의 소급 적용은 장기적인 자금 안정이 중요한 보험산업이나 계약자 모두에게 건전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험산업 성격을 감안할 때 예기치 못한 이익 감소는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되고 일부 보험사의 경우 이로 인해 적자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계약에 대해 소급적으로 보험 급부를 올리는 것이 당장은 희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주는 것은 계약자들에게 투자리스크를 안겨주는 것이다.
보험회사의 재무적 안정은 보험회사가 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요건이다.
한국이 외자유치에 주력하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이번과 같은 결정의 소급 적용은 해외에 있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투자는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조치는 축구경기에서 마치 경기를 반쯤 진행하다가 도중에 규칙을 바꾸는 것과 같다.
새로 발표된 생명표가 같은 보험사업이라도 공공부문 보험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들은 민영보험사가 받는 규제의 틀에서 제외된 채로 영업하고 있다.
또한 보험급부를 새로운 생명표에 따라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공정한 규칙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잠재적인 외국투자자의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