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은행약관 개정 실효성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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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개정 은행약관은 고객의 권리를 강화하고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도록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대출약정시 고객이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나,차입자의 신용악화 사실을 안지 15일 안에 연대보증인에게 경고하도록 한 것 등이 그런 예다.
만성적인 초과 금융수요로 인해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금융거래 관행이 당연시돼온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은행약관 개정은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약관을 개정했다고 해서 그동안 누적된 고객불만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약관 자체가 아니라 자금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약관개정도 과거 금리규제와 정책금융으로 인해 왜곡됐던 금융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어느정도 정상화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변화는 기업보다 개인고객의 경우 특히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당장 시급한 과제는 개정약관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하부구조를 서둘러 정비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고객신용정보의 확충,신용등급 판정기준의 통일,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연대보증이나 담보설정 외의 신용위험 회피방안 강구 등이 포함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정약관은 금융수요자의 권리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칫 공정거래위원회의 생색내기용 일회성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가령 고객의 신용등급이 좋아졌을 경우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만 해도 그렇다.
시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 상품이 많거나,다른 은행에서 싼 금리로 대출받아 기존 여신을 상환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애초부터 이런 규정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설사 은행창구에서 이같은 근거규정을 필요로 한다고 해도 신용불량자 사면 등 몇몇 경우외엔 개인고객의 신용등급 변화를 판단할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이 없는 만큼 약관을 고쳤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고객편익이 증대될지 의문이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던 은행고객의 권리를 보호하고 금융거래 관행을 선진화하는 것은 관계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같은 과제가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부속약정서와 전산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개인신용정보체제 등 관련 인프라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