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바닥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 증시에선 시장참여자들이 악재보다는 호재 요인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우 나스닥 S&P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요즘 뉴욕 증시가 전형적인 '트레이더 장세(trader's market)'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가 바닥론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트레이더 장세는 주가 변동성이 극심한 점을 겨냥,매수와 매도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투기적인 이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등장하는 시장을 말한다. 과거에도 트레이더 장세가 나타날 때마다 미국 증시는 추세적으로 전환된 적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뉴욕 증시를 짓눌러 왔던 3대 악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가 바닥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분식회계 문제가 지난 14일 끝난 미국기업들의 재무제표 인증 서약식에 대상기업의 약 93%가 참여함에 따라 사실상 종료됐다는 것이 시장참여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남미 사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금융사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고 있다. IMF의 자금지원이 이뤄진 뒤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미국기업들의 실적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약 62%가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내용을 보였다. 미 달러화 가치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특히 시장참여자들은 경기에 대한 부시 경제팀의 변화된 시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낙관론으로 일관해 왔으나 최근들어 이에 한발 후퇴,경기둔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앞서 미국 FRB(연준리)는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에서 '경기둔화 우려-완화'쪽으로 선회했다. 부시 경제팀이 연금투자 확대,자본소득세 및 주식배당 이중과세 폐지 등 증시안정에 초점을 둔 경기진작책을 추진할 경우 최소한 미국경기가 이중침체(double dip)에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증시 향방의 최대 재료인 경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뉴욕 월가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주가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어 미국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