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컴퍼니의 등장은 세계 금융계의 한결같은 추세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도은행 체제가 확립된 국가뿐 아니라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 금융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1~2개의 파워 은행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지난 97년 12월 UBS와 SBC의 통합으로 UBS라는 초대형 우량은행이 탄생했다. 스웨덴에서는 같은 해 10월 노드방켄이 핀란드의 메리타와 국경을 초월한 은행 통합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91년에는 네덜란드에서 ABN과 암로가 통합, 세계적 금융회사인 ABN암로가 탄생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주요국가가 선도은행 중심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임에 따라 결과적으로 상위은행의 시장집중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94년 20.18%였던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자산기준)이 98년 30.71%로 높아졌다. 독일에서도 25.36%(94년)였던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이 30.98%(98년)로 상승했다.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최근엔 아시아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최근 캐세이 파이낸셜 홀딩스와 유나이티드 월드 차이니즈 커머셜 뱅크 등 2개 거대은행이 합병을 발표했다. 이들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총자산 규모가 1백10억달러로 대만 최대 금융서비스 업체로서 입지를 굳히게 된다. 한국의 국내 주요 은행들도 잇단 짝짓기로 덩치를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금융전문지인 더 뱅커 최신호(7월호)에 따르면 국내 총자산 기준 1위인 국민은행은 전세계 순위가 70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1백위권에 든 유일한 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작년말 기준 총자산은 1천1백95억달러로 세계 랭킹 1위인 일본 미즈호 파이낸셜그룹(1만1천7백83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한국의 경제 및 무역 규모에 걸맞은 간판 은행이 아직 없다는 얘기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은행권의 메가머저(mega-merger) 열풍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계에도 파워 컴퍼니의 출현과 육성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계 전문가들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이지언 연구위원은 "거대한 자본력과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해외 대형은행들의 공세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우리도 대형 선도은행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