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鶴容 < 세종대 석좌교수 / 경제학 > 최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현대자동차가 만든 쏘나타 산타페 등이 가끔씩 눈에 띄면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나 '밀물'같이 달리는 도요타 혼다 마쓰다 등에 비하면 한국산 자동차의 숫자는 '초라'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재팬센터'에 들렀다. 초현대식 대형빌딩으로 넓은 지하주차장이 있고 각종 상점과 식당이 있다. 재팬센터 안에는 일본의 서예 고유의상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있다. 그런데 고객은 주로 백인들인 것 같았다. 모르기는 하지만 그 건물을 지을 때부터 일본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의 '국가브랜드'제고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그곳 주립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하고 있는 유의영 교수 초대로 저녁을 같이 했다. 식사하러 간 곳은 로스앤젤레스 남부에 있는 '알함부라'라는 곳에 새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이었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있는 차이나타운과는 달리 10여층의 최신 건물들이 즐비한 현대식 쇼핑 몰이었다. 거기에는 중국식당과 상점들이 꽉 차 있었다. 고객은 대부분 중국사람들 같았으나,백인도 많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이런 최신식 차이나타운의 건립이 가능했느냐"고 물어 보니 화교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자본동원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리아타운'은 어떤가. 번듯한 건물 하나 없다. 그 대신 지저분한 지역에 음식점이며 식품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러니 그곳을 드나드는 고객 가운데 백인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같은 우리 동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거부가 된 한 교포가 그 큰 골든게이트 공원 안에 '한국관'을 기증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늘 백인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재팬가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한국팀의 경기는 대개 현지에서 새벽 4시반에 있었는데,관중들은 새벽 2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어 더 많이 모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LA의 한 축구구단주가 그의 구장을 무료로 빌려줘 수천명의 교포들이 모여서 응원을 했고,이 소식을 들은 그 구단주는 한국출신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클랜드의 한 한국식품점에 갔는데 우리의 식품들이 많이 진열된 것을 보고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것은 '참이슬' 한병에 7달러,'백세주'는 8달러씩이나 받는다. 그런데도 아주 잘 팔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포들이 얼마나 고국을 그리워하는가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그런 교포들의 소비패턴은 미국인들의 소비에도 영향을 준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번듯한 '코리아센터'를 하나씩 건립,우리의 문화와 상품들을 홍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교민센터'건립도 필요하지만,'차이나타운'이나 '재팬센터'와 같이 해외 현지에 '코리아타운'을 건립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코리아브랜드'를 높여 우리 상품의 수출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대만의 중앙은행 부총재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대만 출신 여성경제학자였다. 그런가 하면 예일대학의 훼이(Fei)교수는 대만 국립연구원의 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원래 중국인이면 설사 외국 국적을 갖고 있어도 중국인으로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의 '2중 국적관'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정치인들은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국민정서'를 갖게 하는 것도 정치인과 언론의 몫이 아닐까.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는 코리아브랜드를 크게 높였다. 그러나 그것은 일회성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많다. 이에 반해 해외의 교포사회는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바라건대 더 많은 국민들이 해외로 진출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여 주었으면 좋겠고,또 미국 고속도로에 우리의 자동차들이 더 많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