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필요한 '오스터호프 이분법'의 원리를 입증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우주의 기원과 현재상태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마 빅뱅(Big Bang)이론일 것이다. 최근에는 빅뱅이론에서 얘기하는 우주의 시작과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동일한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설명하는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태초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무한히 작은 공간에 무한한 밀도로 압축돼 있었고,이들은 서로 미친 듯이 충돌하면서 극도의 혼돈상태에 있었다. 이러한 고에너지 고열의 상태는 결국 폭발로 이어지면서 우주의 공간과 시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주의 끝에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으로서,그것도 우주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공간의 끝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방문을 닫으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의 경계가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문의 반대편에도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이렇듯 우리는 반대편에도 공간이 존재하는 그러한 경계만을 알고 있는 것이다. 폭발로 인해 날아가기 시작한 물질들은 수억만년에 걸쳐 서로 결집하면서 행성을 만들고,이들이 모여 은하계를 형성하게 됐던 것이다. 태초의 폭발로 시작한 밖으로의 팽창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으며,신의 개입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팽창하는 것은 우주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끊임없이 팽창하기를 원한다. 사실 기업은 시장에서 성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규모를 키워나간다. 때로는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외부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기업은 확장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공간'을 개척해 나가고,소규모 기업들은 감당하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몇년 간 금융기업들의 합병 대형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의 대형화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대형은행만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으며,이를 통해 보다 높은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신한과 굿모닝증권이 합쳤고,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은행을 우량은행과 합병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은행을 인수할 회사를 선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직접적이고 우선적으로 고려될 요인은 인수대금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은행을 인수하고자 하는 두 회사의 제안내용을 보면 인수대금 외에도 합병후 회사의 주식을 제공한다거나,수익을 공유하는 등의 조건들이 눈길을 끈다. 이는 결국 누가 인수했을 때 인수 이후의 수익성 혹은 주식가치를 제일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물론 이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수하는 회사의 향후 경영전략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통신시장 확대를 위한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전략은 네트워크 확대였다. 얼핏 보면 타당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확대는 막대한 투자를 요했고,따라서 그들은 통신요금 인하나 서비스품질 향상에는 소홀히 했다. 결과적으로 통신시장의 규모확대는 달성되지 않았다. 반면 덴마크 통신회사인 TDC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그들은 우선적으로 서비스 품질향상에 노력을 기울였다. 고객만족을 달성하면 새로운 고객 유치가 활발해지고,이는 투자와 기업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논리였다. 물론 그들은 성공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금융시장의 필요와 요구를 누가 더 빨리 이해하고 부응할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가 미래 수익성과 주식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dhkim@yonsei.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