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열풍이 거세던 지난 1989년 12월.당시 건설부의 P장관은 일부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아파트분양가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신문들은 '정부의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방침'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분양가를 자율화하면 집값이 오를 게 뻔해 아파트 투기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당황한 건설부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아파트값 상승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장관은 결국 1주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관가의 유명한 설화(舌禍) 중 하나다. 이후에도 두 세명의 건설부장관이 분양가 자율화 등 집값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여념이 없는 요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임인택 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임 장관은 지난 11일 사석에서 일부 언론이 '강남을 대체할 주거지 조성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성남 서울공항을 지적하자 "그러면 좋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이 다음날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현지 부동산시장은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발빠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가 하면,중개업소마다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정부가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택지개발지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게 '정보 유출'이다. 그동안 택지개발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이 택지지구 지정과정에서 정보를 흘렸다는 혐의로 보안감사에 시달린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서울공항의 신도시 건설 추진계획이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장관이 앞장서 정보를 흘린 셈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장관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행히 임 장관의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해명대로 서울공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인데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주거지 개발이 쉽지 않다. 더욱이 현재까지 관계부처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을 믿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임 장관의 발언은 두고두고 이 지역의 투기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유대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