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기수와 조교사들이 '경마꾼'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경주마의 상태 등 경마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또 상당수 폭력배들이 사설 경마장을 운영해 조직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지검 강력부(김규헌 부장검사)는 11일 사설 경마 도박을 벌이거나 기수 등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빼내 부정 경마를 한 폭력배 등 13명을 적발, 5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3명을 지명수배했다. ◆ 경마 '검은' 커넥션 =경기 당일 경주마의 상태와 우승 가능성 등을 가장 잘 아는 조교사와 기수가 경마꾼들의 로비 표적이 됐다. 구속된 조교사 강모씨(49)는 경마꾼들로부터 98년부터 작년 9월까지 2천3백여만원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의 상태와 우승 가능성을 미리 알려줬다. 기수 박모씨(34.구속)도 정보를 주는 대가로 김모씨(48.구속) 등 경마꾼으로부터 2천여만원을 받고 5천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정보를 미리 빼낸 경마꾼들이 큰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조교사와 기수가 준 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적중하지 않은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경마 정보를 받는 대가로 조교사 강씨에게 1천만원을 줬던 박모씨(47.지명수배)는 많은 돈을 잃게 되자 강씨에게 "정보를 준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 1억2천9백만원짜리 차용증을 작성토록 하고 3천만원을 뜯어냈다. 경마꾼 김씨(48.구속)도 같은 수법으로 강씨로부터 7천만원을 갈취했다. 검찰은 '한국마사회 일부 직원도 기수 및 조교사들로부터 경마 정보를 얻은 뒤 경마꾼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사설 경마 실태 =사설 경마란 마사회가 아닌 다른 사업자가 과천 등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경마 결과를 놓고 경마사업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불법인 만큼 세금과 각종 출연금 등으로 쓰여질 돈이 사업주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검찰은 작년 2월부터 케이블방송인 '리빙TV'가 경마를 실시간 중계하면서 사설 경마 규모가 마사회의 연간 매출액(5조5천억원)의 10%에 해당하는 5천억원대 시장으로 급팽창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경마장에서 마권을 구입할 경우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되고 한번에 10만원까지만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는 사설 경마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사설 경마장이 조직폭력배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 사설 경마는 케이블TV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과 컴퓨터 등 기본 장비만 갖추면 누구라도 손쉽게 개설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이모씨(34.구속)는 작년 11월 폭력배들로 사설 경마 조직을 결성하고 모집책을 통해 도박꾼들을 끌어들여 올해 5월까지 무제한 베팅 방식으로 수억원대의 경마 도박을 벌였다. 검찰은 "기존 폭력조직이 사설 경마로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하는지 점검하는 동시에 신흥 조직의 경마 시장 개입 움직임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