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의 위상변화를 짚어볼 수 있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한의대의 부상이다. 이공계의 최고 학과로 통해온 서울대 공대와 새로운 스타 학과로 떠오른 경희대 한의대. 수능 점수가 우열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바로미터임에는 틀림없다. 수능점수로 본 두 대학의 선두다툼을 살펴본다. 80년대엔 서울대 공대가 경희대 한의대를 훨씬 앞섰다. 86학년도의 경우 경희대 한의예과 합격생의 평균 점수가 2백84점, 서울대 기계공학과 3백4점, 제어계측학과 3백12점이었다. 20점 정도나 서울대 공대가 앞섰다. 그러나 92학년도에는 경희대 한의예과 2백92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前 제어계측학과) 3백8점으로, 그 차이가 16점으로 줄었다. 90년대 들어 한의학과의 인기가 서서히 오르면서 합격점은 계속해서 높아졌다. 97학년도 합격생의 평균 점수는 경희대 한의예과 3백25.2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3백33점으로 격차가 8점으로 줄어들었다. 두 학교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지난 98학년도.합격생의 평균 점수는 경희대 한의예과가 3백75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3백76.4점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연구원들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한의대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결과였다. 99학년도부터는 경희대 한의예과가 서울대 공대를 줄곧 앞서고 있다. 2001학년도의 경우 경희대 한의예과 합격생의 평균 점수는 3백94점으로 서울대 공과대학(계열)의 3백90.6점보다 4점이나 높았다. 서울대 공대는 합격점만 낮은게 아니다. 경쟁률도 훨씬 떨어진다. 경희대 한의예과의 2002학년도 입시 경쟁률이 2.21 대 1인 데 비해 서울대 공대는 1.39 대 1 이었다. 등록률도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대 공대의 경우 합격생의 18.3%가 등록하지 않아 무더기 미달사태가 일어났다. 상당수가 다른 대학의 의학 계열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원 실장은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과계열의 최우수 그룹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나 물리학과를 선망했지만 90년대 말부터는 대학을 불문하고 의예.치의예.한의예과가 인기 1순위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