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로 예정된 일본의 전면적인 예금부분보장제(payoff) 도입방침이 연기되는 쪽으로 선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30일 저녁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금융상에게 "금융 결제기능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공약파기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페이오프 제도는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사실상 금융결제와 직접 관련된 기업의 당좌예금 등은페이오프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3월의 금융위기설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예금부분보장제의 예외없는 전면시행 방침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예금전액보장제를 시차를 두고 2단계로 나누어 폐지한다는 방침 아래 이미 올 4월 1일 파산은행의 예금주에 대해 정기적금,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적금의 원금 1천만엔(약 1억원)과 이자만을 제한적으로 보호해 주는 새로운 제도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내년 4월 1일부터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으로까지 예금부분보장제의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그간 발언과 이런 금융개혁의 시간표대로라면 페이오트제 시행은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보였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경제계 일각에서 최근 들어 제도시행의 연기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 총리관저의 기류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다 주가마저 하락하는 마당에 예금부분보장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경영기반이 약한 신용금고와 지방은행 등으로부터 일거에 예금이 빠져나가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자산운용의 성격이 강한 정기성 예금과 달리 당좌예금 등 결제성 예금은 경제의혈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올해 단행된 1차 예금부분보장제 도입으로도 저축성 예금이 우량은행을 찾아 대이동한 것과 마찬가지로 결제성 예금이 일시에 `안전지대'를 향해 이동할 경우, 금융시스템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과 우려를 고이즈미총리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대체로 고이즈미 총리의 지시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한 페이오프 연기로 끝난다면 금융계의 체질개선은 요원하다는 주장도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