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18
수정2006.04.02 18:20
이명박 서울시장이 언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아들과 사위를 공식 행사장에 불러들여 사진촬영을 하게 했으며,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인이 회장인 한 사적 모임에 참석해 두시간에 걸쳐 특강을 하고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이 시장의 몸가짐에 대해 네티즌들이 비판의 글을 올리자,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동원된 듯한 엄청난 수의 동일한 내용의 글들이 인터넷을 뒤덮었다는 얘기다.
취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이 같은 이 시장의 구설수가 직업관료들의 '새 시장 길들이기'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서울 시민들의 주된 관심은 그들이 직접 선출한 시장님께서 혹시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분이 과연 대한민국의 중심부이자 인구 1천만의 수도인 서울을 어떻게 '경영'하시려는 것인가 하는 걱정일 것이다.
1980년대 초 이후 구미의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해 온 정부개혁 모형은 이른 바 '신공공관리론'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다음 두가지다.
첫째,'작은 정부'의 실현이다.
20세기 전반 두차례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그리고 20세기 후반에는 동·서 진영간의 체제경쟁 과정에서 '엄청나게' 불어난 정부의 몸집과 기능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19세기에 있었던 자유방임국가 수준으로 '국가영역 되돌리기'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추진됐다.
둘째,공공부문에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일이다.
최소화된 국가 기능도 사기업을 경영하듯이 행정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 바 '기업가적 정부'를 구현하려고 했다.
이 기업가적 정부론이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사용권 나라들은 물론,유럽대륙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정부개혁을 위한 하나의 이념형으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 20여년에 걸쳐 이들 주요국에서 추진된 정부개혁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각 나라마다 '기업가적 정부'를 도입한다지만,사실은 각 나라별로 제도화된 그 나라 특유의'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체계가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나라별로 오랜 시일에 걸쳐 제도화된 시장기제가 다르고,또 기업경영방식, 즉 기업 거버넌스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영미에서 창안된 '기업가적 정부'는 영미형 기업 거버넌스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독일에서 추진되는 기업가적 정부는 독일형 기업 거버넌스에 근거하는 것이고,일본에서의 기업가적 정부는 또 일본형 기업 거버넌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난 수십년 동안에 걸쳐 제도화가 이루어진 한국형 기업 거버넌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는 영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의 기업 거버넌스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시장이 CEO로 활약했던 1970년대 현대건설의 기업 거버넌스는 더더욱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영학자들이 기업 거버넌스를 굳이 '기업 지배구조'로 번역한 것이 시사하듯이,정부관료제를 능가하는 수준의 '지배구조'가 한국형 기업 거버넌스에 배태돼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달에 치러진 제3대 지방선거를 휩쓸었던 '한나라당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면,그리고 그의 경쟁자들이 서울시장감으로는 너무 '약체급'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면,이 시장이 서울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 법한 그의 유일한 강점은 이 분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 시장이 이끌어갈 서울시정은 과연 영미형 기업가적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지,앞으로 4년 동안 1천만 서울시민이 지켜보아야 할 '특별시 서울의 거버넌스'모습이 될 것이다.
ydj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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