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의 임권택 감독'이란 말을 듣는 이동수 BBDO동방 부사장(41)은 요즘 15년 광고 인생에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제작한 크라이슬러 지프 광고가 세계 3대 광고제 중 2곳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 광고 '윈도우'편은 뉴욕페스티벌과 끌리오 광고제에서 옥외광고부문 금상과 포스터부문 동상을 받았고 '그랜드캐년'편은 뉴욕페스티벌 인쇄부문 파이널리스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라네즈의 마스카라 광고로 뉴욕페스티벌 TV부문 은상을 차지했다. 국내 광고인이 1년반 만에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4편의 수상작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부사장은 광고인으로는 드물게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AE 영화마케터 CM프로듀서 CD 등을 두루 거쳤다. 한결같이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들이다. 그는 "이런 다양한 경험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부사장은 1988년 AE로 광고계에 뛰어들었다가 클라이언트였던 UIP로 자리를 옮겨 영화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며 '사랑과 영혼' '백투더퓨처3' 등을 국내에 들여와 흥행시켰다. 이후 CM프로듀서로 다시 변신,토종 크리에이티브의 국제화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갔다. 이 부사장은 "우리 광고인들이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가 광고대행사 JWT의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자리를 옮겨 토종 크리에이티브 수출에 나선 이유다. 그의 작품인 코닥 슈퍼클리어 '타조'편과 '카멜레온'편은 국내 크리에이티브가 해외에 수출된 첫 케이스. 이 광고는 아시아 16개국에서 모델만 바뀌어 같은 컨셉트로 방영됐다. 그는 평소 "크리에이티브는 사람과 통찰력(insight)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짬이 나면 그리스 노르웨이 등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목표를 묻자 서슴없이 "라이언 헌터(Lion Hunter)"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광고인이 아직 실현하지 못한 '칸 국제광고제 대상(사자 모양의 트로피)'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