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인하 등을 둘러싼 다국적 제약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약 판촉을 위한 로비수준을 넘어 외교통상문제로 불거지면서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와의약값논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국내에 진출한 27개 외국계 회사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마크 존슨 회장(40)을 최근 서울 대치동 한국릴리 본사 사장실에서 만나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 릴리의 한국법인 대표이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다국적 제약사들에 의한 퇴임압력 로비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장관을 교체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그럴 힘도 없다." -이 전 장관을 자주 만났나. "다국적제약협회 차원에서 워킹그룹을 형성해 한국제약협회 복지부 외교통상부 각각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회 정도 회의를 가졌을 때 만났다. 이 때 정부 정책의 투명성과 형평성 일관성등을 요구했다.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이 전 장관에게 협박전화를 건 당사자로 지목됐었는데. "통화한 적 없다. 일개 다국적 제약사 사장이 장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에 대한 로비 파문이 확산되면서 병원 의사들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마케팅 행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자들에 대한 전문약 광고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과 달리 환자들이 의약 정보에 대해 제한받고 약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 병원들에 마케팅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태평양지역도 한국과 비슷하다." -해외 학술대회에 대한 경비 지원이나 술 골프 접대 등이 논란을 빚고 있는데. "최근 연구동향이나 신약에 대한 의사들의 재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제약사밖에 없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며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인해 때로는 남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거래경쟁규약'을 마련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국내 보험재정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전문약 처방 증가 등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과 순익은 크게 늘고 있다. 정부는 참조가격제나 최저실거래가 도입 등을 통해 약값을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혁신적인 의약품들이 보험재정을 파탄나게 했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 약품들이 전체 보험지급금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된다. 보험예산 문제를 약값 인하로 해결하려는 것은 단순하고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오리지널약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카피약과의 가격차에 대해서는. "일부 '쓰레기'같은 카피약값과 비교해 오리지널약값이 높다고 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많다. 미국의 경우 카피약값은 평균 20∼30%선인데 반해 한국은 60∼70%선이다. 카피약값이 너무 높은 게 오히려 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카피약값을 오리지널의 80%까지 정할 수 있게 한 것은 특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향후 국내 의약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약 개발 중심의 회사들이 60∼8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인위적인 조정으로 신약의 도입이 늦춰진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