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러차관 代지급' 예산편성 요청..예산처 반영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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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정부 보증을 받아 옛 소련에 빌려줬던 경제협력차관 원리금 15억9천만달러를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대금 회수가 여의치 않아지자 우선 정부 보증분을 5년간 분할해 은행들에 대지급한 뒤 나중에 러시아측과 협상을 통해 받아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대러차관 상환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지급을 위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맞서고 있다.
◆한·소 수교 후 경협차관 제공
한국 정부는 지난 90년 9월 옛 소련과 국교를 맺으면서 30억달러의 경협차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중 14억7천만달러를 91년에 빌려줬는데 그해 12월 옛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해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은행(옛 상업+한일) 조흥은행 산업은행 등 10개 은행들이 공동으로 10억달러를 조성해 옛 소련 정부에 빌려주도록 했다.
원금 기준으로 우리은행 2억2천만달러,산업은행 1억5천만달러,제일 서울 조흥 외환 국민은행 각각 1억1천만달러,한미 신한은행이 각각 4천만달러를 냈다.
정부는 대신 국회 동의를 받아 은행차관 원리금의 90%를 지급보증했다.
나머지 4억7천만달러는 한국산 소비재를 구매하는 조건(소비재차관)으로 수출입은행이 러시아에 빌려줬다.
한국은 93년까지 만기 도래한 경협차관 4억6천만달러 중 3억7천만달러를 헬기 방산물자 원자재 등 현물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94년 이후 만기가 돌아온 차관분에 대해서는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측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상환을 미루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상환 요청
정부는 98년 이후 지금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외채상환 실무협상을 가졌다.
정부는 올해 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 현금과 현물 이외에 꽁치 등 입어료,원자재,정부주식 전환,국채전환 등 다양한 상환방안을 제안했다.
러시아측도 이들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율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서방의 다른 채권국들과 채무를 재조정했던 선례를 들며 한국도 이자 등을 탕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과천 정부청사에서 콜로투힌 재무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러시아측과 실무협상을 가졌으나 진전이 없었다.
◆증폭되는 대지급 논란
재경부는 올해 3월7일로 만료된 은행단 차관 대지급 기한을 6개월 연장했다.
그러나 9월7일까지 러시아로부터 돈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정부 지급보증분을 대지급하기 위해 2천4백49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해줄 것을 예산처에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예산처는 러시아 채권국들과 러시아 정부간에 진행 중인 협상 결과를 좀더 지켜보자며 재경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경부는 정부 지급보증분인 15억9천만달러(원금 9억달러,이자 6억9천만달러)를 내년부터 5년간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첫해 상환분인 5천3백2억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해 달라는 재경부 요구를 올해 예산처가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