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 < 소설가 juhuy91@hanmail.net > 세 해 전쯤 아이가 거북이를 사달라기에 못한다고 했더니 그럼 동생을 낳아 줘, 했다. 거북이를 안 사주기 위해 아기를 낳을 수는 없어서 숟가락 머리 만한 걸로 두 마리 들여놨는데,그 얼마 뒤에는 또 금붕어를 거북이랑 같이 키우자고 보챘다. 못한다고 소리를 지르다 고작해야 금붕어 따위로 자식 이겨 뭐하겠냐 싶어 색깔 맞춰 다섯 마리를 샀다. 한 살림이 거창하게 시작되었다. 가끔은 그것들 노는 게 재미있기는 했다. 먹이를 주기 위해 다가들면 소스라쳐 숨었다가 눈치보며 다시 떠오르는 게 귀여웠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엔 도를 닦는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날마다 먹이를 주고 1주일이 멀다하고 어항 청소를 하고 물을 갈아주는데,내가 약간이라도 게으름을 피워 환경이 나빠지면 어항 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주로 제일 둔한 붕어가 거북이한테 쫓겨 도망을 다니는 사태였다. 작년 겨울 아이와 1주일간의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는 그야말로 끔찍했다. 제일 통통했던 붉은 붕어가 산채로 절반이나 뜯겨 있지 않은가. 생살을 그렇게 뜯겨 먹히고도 살아있는 붕어는 징그러웠지만 그 한 마리만을 그 꼴로 만들어놓은 나머지 것들은 맹렬하게 미웠다. 어항을 통째로 밖으로 내던지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끝내 그렇게 놔뒀던 내 잔인함에 대한 가책이 없지는 않았던 참이라 손바닥만큼 커버린 거북이 두 마리를 작은 어항에다 가두는 걸로 벌을 주면서 딴 살림을 냈다. 어제 낮에 처음 샀던 것 중에서 유일하게 남았던 흰 붕어가 배를 뒤집고 떠올랐다. 잽싸게 건져다 화단 나무 밑에 파묻었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장례를 치른 건 두 번이지만 내가 그렇게 암장한 횟수는 열 번도 넘었다. 그때마다 죽은 것과 비슷한 걸로 골라다 어항에 넣어놓곤 했는데,이제 말기로 했다. 아이가 제법 컸거니와 나도 차츰 그 노역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서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흰 붕어가 죽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보통 물고기들이 알 낳으면 죽는다고 하잖냐,벌써 삼 년도 넘게 살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이가,그러니까 노환으로 별세하신 거네? 하며 웃으며 수긍했다. 그런데 오늘,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가만히 나한테 다가오더니 슬쩍 몸을 치대며 말했다. 엄마 언제 시간나면 세 마리만 더 사자.아주 작고 귀여운 것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