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역사의 대한체육회가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해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뛰어든다. 이달 초 취임식을 가졌던 이연택 체육회장은 자본금 10억원 안팎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재원 조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총괄기구인 대한체육회가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나선 것은한국 스포츠의 자생력을 키우기위해서다. 체육회는 매년 500억여원의 국고 보조금을 바탕으로 산하 경기단체에 운영비를지원하고 있지만 48개 경기단체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재정상태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연택 신임 회장은 최근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정부에 170억원을 긴급 요청해놓았지만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체육회는 꾸준히 수입을 조달할 수 있는 마케팅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한국스포츠를 이끌어갈 복안을 세웠다. 한일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을 지냈던 이연택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기법에 상당히 감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 시장은 월드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상태다.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월드컵과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개최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체와 팬들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체육회가주관하는 스포츠 이벤트는 전국체전과 소년체전뿐이다. 국내 스포츠 팬들조차 외면하고 있는 전국체전을 담보로 기업체의 스폰서 비용과 방송사의 중계권료를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포츠 단체중에는 비교적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가 이 달 초 KBOP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었고 프로농구도 마케팅 회사 설립을 추진중이지만 이들 프로스포츠 기구들조차 열악한 시장구조때문에 수익사업 확장에 애로를겪고 있다. 그럼에도 체육회는 21세기형 스포츠 패러다임을 추구하기 위해 마케팅 시장에서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연택 회장은 "수 억원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여서라도 마케팅 회사를 설립해체육회의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국 체육의 총 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안이했던 틀을 깨고 '홀로 서기'에 성공할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